개정안 시행 전 전환 완료해야 규제 피해
통신 부문 물적 분할 등 전환 과제 산적
"2년 남았던 시한 1년으로 갑자기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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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마감 시한'이 1년으로 줄어들었다. 내년 말까지 전환을 완료하지 않으면 9조원에 가까운 자금 부담이 생긴다. SK는 '적절한 시점에 추진 여부를 검토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디딜 발판이 점차 줄어들며 결단의 시점이 촉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엔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20%, 비상장 자회사 40%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하지만, '2022년 이후 신규 출범하는' 지주회사는 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기존 지주회사들은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향후 출범을 계획하고 있는 지주사 후보군 중 주력 자회사 지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다.
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현재 SK㈜의 손자회사로 추가 계열사 편입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100% 자회사만 가능하고, 증손자회사 보유 불가능하다.
금융가에서는 2016년부터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활용하기 위해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가 되고 SK하이닉스가 그 자회사가 되면 인수합병(M&A) 등에 SK하이닉스의 자금창출력을 좀 더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SK하이닉스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20.07%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보유 기준을 충족하려면 9.93%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현재 시장가로 8조5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며, 내년 반도체 호황까지 염두에 두면 9조원 이상을 들여야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지분율 10%) 외에는 마땅한 주요 주주가 없고, 기관 자금도 대부분 지수 추종을 위한 패시브 자금임을 고려하면 장내 매수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하며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추가 지분 인수 부담을 들이지 않는 방법은 2021년말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전까지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하는 방법 뿐이다. 주주총회 등 실행 절차에만 6개월 가까이 시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의사 결정까지 남은 시한은 몇 개월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더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단순히 SK하이닉스의 자회사화 뿐만 아니라,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앞서 지난 2018년 SK텔레콤은 비공개 투자자 간담회를 열고 SK텔레콤에서 통신 부문을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참고기사 : SKT 중간지주 윤곽, 31일 비공개 간담회서 "물적분할후 통신사 상장" 밝혀) 물적분할한 통신부문을 증시에 상장하며, 지주사로 유입될 공모자금을 지배구조 개편 자금으로 쓰는 방안이다. 당시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에 섞여 있던 반도체와 통신에 대한 투자 기회를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상장돼있는데다, 지분율도 낮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의 자금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최근 물적분할을 확정한 SK모빌리티의 경우 아직 규모가 작은데다, 미국 공유차량업체 우버와 합작법인을 추진키로 해 역시 지주사의 추가 활용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필연적으로 통신부문의 분할 및 재상장 등 핵심 사업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런 준비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에 남은 의사결정 시한은 좀 더 촉박해질 거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2019년 현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양도차익 과세 혜택을 2022년 종료하기로 결정하며 이미 시한이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갑자기 남은 시한이 1년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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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