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초 금리로 공격적 행보
은행·초대형IB 4% 대출에 크게 밑돌아
낮은 조달금리 활용한 전략, 금융기관들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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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업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시장의 키워드는 산업은행이다. 낮은 조달 금리를 무기로 공격적인 초 저금리 인수금융을 제공하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주체들은 반색할 만한 상황이다. 다만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민간자본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안 잠잠하던 산업은행이 인수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한 것은 네트워크금융단이 신설된 지난해부터이다. 기업금융1실 산하에 인수금융 전담 조직이 신설된 이후부턴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은행의 고객은 대기업 중심의 전략적투자자(SI)뿐 아니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까지 다변화했다.
대표적인 거래는 지난해 KCTF와 LS오토모티브의 리파이낸싱을 시작으로, KCC컨소시엄의 모멘티브,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서브원, 세아상역의 태림포장 거래 등이 있다. 주관 실적은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인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베어링PEA의 인도 IT·헬스케어 업체 서티우스테크(CitiusTech) 인수, 한라시멘트의 아시아시멘트 및 ㈜삼표의 삼표시멘트 리파이낸싱의 주선에 참여했다. 연말에는 차주가 모두 해외 법인인 3건의 인수금융 주선거래에 골드만삭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들과 참여하며 실적을 쌓았다.
특히 올해 초대형 M&A 거래중 하나로 꼽히는 SK건설의 EMC홀딩스 인수과정에선 시중은행 및 증권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최종 인수금융 주선사로 낙점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KDB인베스트먼트가 손잡고 참전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도 산업은행의 대규모 인수금융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금융전담 조직이 신설되고 관련 분야에 정통한 부행장급 인사가 담당하게 되면서 산업은행이 인수금융 시장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산업은행의 가장 큰 무기는 낮은 조달금리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산업은행은 역대 최저금리 수준으로 산업은행 채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의 인수금융 금리는 4~5% 내외 수준이다. 조단위가 넘는 초대형 거래의 경우 3%가 종종 있기도 하지만, 3000~5000억원 규모의 미들급 사이즈의 거래에선 4% 중후반 금리가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산업은행은 최근 진행된 거래들에선 2%대 중후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의 EMC홀딩스 인수금융 거래에선 3% 초반의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내년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인수금융 시장에서 활약했던 기존 금융사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국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2%대의 낮은 금리로 기업들에게 인수금융을 제공하면 국내 증권사와 시증은행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다”며 “산업은행이 점점 더 공격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어 내년엔 더욱 어려운 영업환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실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입장에선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을 반길 수밖에 없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기까지 자금을 빌리는데 10bp(1bp=0.01%p)만으로도 수십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산업은행의 낮은 대출금리로 인해 인수후재매각(셀다운)은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생명보험사, 연기금, 캐피탈 등의 조달금리는 산업은행보다 한참 웃돌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셀다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히 많다. 산업은행 또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셀다운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체 장부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 은행들이 펀드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한 경우에는 산업은행 자금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GP 입장에선 금융기관들 간 경쟁을 통해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는 있지만, 민간 금융기관 고유의 영역에 정책기관이 참여해 기존 참여자들과 경쟁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볼 문제다”고 말했다.
인수금융 주선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돈을 빌리는 입장, 즉 차주가 우위에 서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외국계 PEF들이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주로 사용해 왔던 전략들이 국내 운용사들까지 확산하는 형세다.
인수금융이 선순위 대출 성격인 점을 고려할 때, 차주가 담보였던 지분을 매각할 경우엔 인수금융을 가장 먼저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은 내부수익률(IRR)을 끌어올리기 위해 담보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도 인수금융의 일부만 상환하고 일부는 잔존하게끔 하는 전략을 세워 금융기관에 요구했는데 국내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선 선순위라는 개념으로 인해 취급하지 않았던 거래들도 일부 금융기관들이 차주의 조건을 최대한 수용하는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주선 거래를 따오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 기관들 간 경쟁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조건의 인수금융 거래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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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