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ㆍ약달러 기대감 여전...내년 1분기까지는 강세장 전망
기업 실적 좋겠지만...약달러 심해지면 오히려 수익성 훼손
앞서 코스피 3000 외쳤던 2018년 전망 '한 글자도 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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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증시 폭락, 더블 딥(두 번째 하락) 없는 V자 반등, 국내 확진자 하루 700명에 육박하는 3차 대유행 속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코스피 지수. 올 한해는 증시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 랠리'에 취한 투자자들은 내년 증시도 온통 장밋빛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2008년에, 2011년에, 2018년에 실패한 '코스피 3000'의 꿈을 2021년에는 이룰 수 있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동성ㆍ실적과 환율 전망 등 주요 지표도 증시에 우호적이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 시장에서 3개월 이상 전망은 의미가 없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적어도 올해만큼 투자하기도, 수익을 내기도 손쉬운 장이 내년까지 이어지진 않을 거란 목소리가 많다.
코스피지수는 12월 들어서면 사상 최고치를 3차례 이상 경신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코로나19 대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두 번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동된 가운데, 증시는 계속 달아올랐다.
올해 증시는 3월의 폭락, 5월의 회복, 8월의 정체, 10월의 재상승으로 요약된다. 5월의 회복과 10월의 재상승은 각기 그 동력이 달랐다. 5월의 회복은 전 세계적으로 풀린 현금 유동성과 하반기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과 개인투자자들의 역대급 순매수 행렬이 수급을 뒷받침했다.
10월 이후의 재상승은 그동안 풀린 유동성에 백신 상용화의 기대감이 반영됐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도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건 그 중에서도 달러 약세ㆍ원화 강세의 환율 이슈 덕분이었다. 달러 가치 하락을 염려한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로 다시 돌아왔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에만 총 398억달러(43조원)가 신흥국 증시로 유입됐는데, 그 중 일부가 내년 반도체 호황 이슈가 있는 한국 증시를 택한 것이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정책 환경과 정치 지형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엄청난 양의 달러를 시장에 푼 데다가,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며 부양 등으로 인한 추가 달러 약세 가능성이 부각했다. 게다가 바이든 내각이 첫 재무장관으로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론자)인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을 선임하며 약(弱) 달러 전망에 탄력이 붙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극복한 중국의 급부상이 더해졌다. 10월말 기준 중국의 글로벌 수출 점유율은 21%로 미중 무역분쟁 이전인 2015년의 19%를 넘어섰다. 주요 경제권이 코로나19 2차ㆍ3차 대확산으로 잇따라 다시 봉쇄에 들어가는 가운데, 정상적인 대규모 생산활동이 가능한 국가는 중국 정도만 남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연초 이후 달러 대비 6.4%가량 상승했다. 위안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비교적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가능한 한국의 원화 역시 함께 가치가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내년으로 향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불과 9개월만에 저점에서 고점까지 88.3% 상승한 역사적인 강세장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내년 코스피지수 상단으로 2750에서 3080을 제시하고 있다. 큰 조정보다는 몇번의 작은 조정을 거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갈 거라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과 크레디트스위스도 내년 코스피지수 상단을 2800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8일 내년 연말 3200을 전망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전망 수치다.
일단 가장 큰 변수인 환율은 내년 상반기 달러당 1050~1060원선이 점쳐진다. 원달러환율은 최근 3개월간 1190원선에서 1080원선까지 급락했고, 지금은 숨 고르기 중이다. 내년에는 원화가 더욱 강세를 보일 거라는 말이다. 이런 전망이 이어지는 이상, 당분간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은 더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현 시점에서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84조원으로, 올해 대비 38%나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175조원 수준이던 2021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4월 140조원까지 추락했다가, 하반기들어 급속도로 상향조정되고 있다. 2022년에는 211조원으로 이전 사상 최고치였던 2018년의 19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강세론자건 약세론자건 일단 내년 1분기까지는 지금 같은 좋은 흐름이 유지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각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증시를 밀어올릴 거라는 뜻이다.
조정 이후의 전개에 대한 전망의 차이가 강세론과 약세론을 나누고 있다. 증시 조정의 스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내년 2분기 중으로 예상되는 '선진국 코로나19 종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과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며 유동성을 끊임없이 시장에 주입하던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이 끝나면 그간 자산시장을 뒷받침하던 '유동성 파티' 역시 끝날 거라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를 뒷받침해주던 위안화 강세 역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산업이 백신의 힘으로 정상화되면 시들할 수밖에 없어질 거란 평가다. 여기에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1050원 아래로 떨어지면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코스피 전체 실적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코스피 상승론을 뒷받침하던 환율 논리와 실적 논리가 모두 빈약해지게 되는 셈이다.
앞서 '코스피 3000'을 외쳤던 2018년을 돌아봐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말 당시 증시 안팎에서는 '합리적인 추론'으로 코스피지수 3000 달성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뉴 노멀'(새로운 기본), '신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누구도 증시 하락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시장은 예측과 완전히 빗나갔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연간 컨센서스는 2회였다. '비둘기파'라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4회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덕분에 상반기 말부터는 시들해질 거라던 강(强) 달러가 연중 내내 지속됐다.
단순한 마찰로 치부되던 미중 무역분쟁은 두 국가 지도자간 자존심을 건 대결로 번졌다. 2019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거라던 반도체 강세는 2018년 상반기 조짐이 보이더니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하락 싸이클에 들어갔다. 수십조원이 더 들어올거라던 외국인 투자금은 앞다퉈 국내 증시를 빠져나갔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이라는 자조가 또 나왔다.
현 시점에서 미국 연준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도 일러야 2022년 상반기 금리 인상을 검토하기 시작할 거라는 게 현재 컨센서스다. 약(弱) 달러가 내년 상반기까진 지속된다는 것도 현 시점에서의 합리적인 추정일 뿐이다. 내년 '반도체 초호황'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대대적인 수혜를 입을진 아직 알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솔직히 최근 3년간 반도체 업황 바닥과 상승 시점을 제대로 짚은 전망은 단 한 글자도 보지 못했다"며 "3개월 이상의 증시 전망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단기 대응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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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