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임직원 리스크·채용비리 모두 ESG에 걸려
글로벌 기준 대응하려면 전방위적 인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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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본시장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향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는 ESG가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는 촉매제가 됐다. 예측 불가한 위험의 파급력을 경험하면서 기후변화 등을 향한 두려움이 커지면서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연말 인사 포인트로 ESG를 내거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생각하는 ESG의 범위는 해외 투자자 눈높이엔 크게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몇몇 영역에 대해 단순하고 협소하게 접근해서는 안되고, 모든 사안을 ESG 관점에서 봐야할 정도로 신경써야 할 요소들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앞다퉈 지속가능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연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는 기후 지속성을 투자 결정의 핵심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운용자금이 2.6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자사 모든 자산운용 고객들에게 지속가능투자 상품을 우선순위로 추천할 방침이다.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아마존은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 감축을 선언했다. 2018년 아마존의 탄소배출량은 노르웨이의 전체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BMW는 미래전략 중심을 기후변화로 설정하고 기후변화 성과에 따라 임원 보수를 책정한다고 밝혔다. 총 생산 차량 탄소 발생량 4000만 톤 감축 등 종합 탄소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도 ESG를 ‘선택’이 아닌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ESG 반영 투자를 50%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긴장도가 오른 분위기다.
ESG 평가 기관 담당자는 “지난해만 해도 대기업 임원들조차 ESG를 잘 몰랐지만 올해는 확실히 경영진이 신경을 쓰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의 문의도 많아졌다”며 “유럽의 그린딜, 미국의 바이든식 친환경 정책, 한국판 그린뉴딜까지 이미 글로벌 방향성은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로 경제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현재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ESG 관리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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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환·협력사 관리·승계 이슈 등 과제 산적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환경’ 이슈 뿐만 아니라 ‘사회’와 ‘지배구조’ 문제까지 대응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많다. 특히 대기업은 다양한 산업을 영위하면서 수많은 자회사, 협력사 등을 두고 있어 신경써야 할 영역이 넓다. 생산기지가 있는 해외 각국 규제도 발빠르게 맞춰나가야 한다. 최근 일부 삼성그룹 계열사는 ‘탈석탄 정책’을 발표했는데, 향후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할지 뿐만 아니라 협력사 상황까지 고려해야 할 전망이다.
친환경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이슈가 골고루 걸쳐있다. 수소차 및 친환경 차량들의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 기준을 맞춰나가야 할 전망이다. 넓게는 부품사 등 협력사들에 ESG 관점에서 어떤 요구를 할지도 현대차가 대처해야 한다. 올해 20년만의 총수 교체가 이뤄지면서 향후 지배구조 정리도 마무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유통업 규제 강화 법안이 논의되는 등 유통 업계를 향한 시선도 날카롭다.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하이마트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데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향후 납품업체를 향한 ‘갑질’ 등 유통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이슈들도 재부각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오너가 승계 이슈도 남아있다. 특히 계열사 특혜 논란이 떠오를 수 있다. CJ그룹은 일부 계열사가 이재현 회장 장남인 이선호 제일제당 부장의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에 이어 ‘RE100’에 가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거나 ESG 전담 조직 배치나 이사회의 ESG 감독 강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승계가 중요한 이슈다보니 적합한 역량 가진 인물인지,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는 절차로 승계가 된건지 시장 및 투자자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SG는 기업활동에 연관된 모든 요소"
투자 판단에 ESG를 고려하는 것은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최대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 기업이 ESG를 관리 대상으로만 본다면 ‘비용’으로 간주되는 데 그친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모든 생산과 소비, 지역사회, 투자 대상까지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직 국내 기업의 대응 수준은 해외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스웨덴 연기금이 SK이노베이션이 참여한 페루 프로젝트 문제로 SK㈜를 투자 대상에 제외한 사례나 유럽 기관투자자들이 삼성물산에 한전의 신규 석탄사업 참여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도 글로벌 ESG 기준을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이슈로 꼽힌다.
글로벌 ESG 기준은 갈수록 세밀해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상장사 이사진에 최소 1명의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당할 수 있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는 전 세계 기업에 여성 임원 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SSGA는 올해부터 국내 노출도를 높이는 등 국내 기업에도 관련 요구를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에선 2022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못한다. 3월 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중 여성 이사가 있는 곳은 147곳 중 45곳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의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3.3%로 OECD 평균인 25.4%에 한참 못 미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여성 임원이 늘어난다고 지배구조가 당장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나중에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미리 해소하는 것”이라며 “투자 관점에서 ESG는 수익률이나 성과에 가려진 ‘잠재적 폭탄’을 제거해 나가는 도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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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