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영향
실질적인 금융지주 회장 역할 기대
농협의 금융사들 서열정리도 이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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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두번째로 내부출신이 선출됐다. 이 자리는 통상 관 출신이 오는 자리로 알려진터라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농협 내부에서 이번 만큼은 농협 출신을 중용하자는 목소리가 컸고,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의 주요 금융권 기관장 독식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22일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손병환 농협은행장을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최종 추천했다. 손 행장은 1962년생으로 국내 5대 지주 회장 중에서 가장 젊다.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친 기획 전략 전문가로 디지털 분야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임기 1년만에 손 행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추천되자 금융권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임 김광수 회장 등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관료들이 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관료 출신이 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배경으론 관료 출신이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에 대한 내외부의 저항이 거론된다. 이번 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놓고 내부에서 이번부터는 내부출신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금융의 브랜드가 안착이 된 마당에 굳이 외부에서 관료출신을 데려올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었다.
한 농협의 고위관계자는 “내부출신을 중용하자는 목소리가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협금융에서 컸다”라며 “농협은행이 자리 잡았다는 자신감도 손 행장을 금융지주 회장으로 추대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관피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와 은행연합회 등 최근에 바뀐 기관장들 5곳 가운데 4곳이 관피아로 채워졌다. 현 정부가 관피아 척결을 내세우며 출범했지만 오히려 관피아들이 이전보다 득세한다는 세간의 비판이 크다. 이런 분위기가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파격 인사로 손 행장이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서 농협 조직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농협금융 조직이 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 행장이 1962년생으로 50대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은행장을 비롯해 농협금융의 주요 임원들의 나이가 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농협은행 후보는 권준학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 상무, 장승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김형신 농협금융 사업전략부문장(부사장) 정도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들 중에서 새로운 행장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관계자는 “부행장, 부사장 중에서 새로운 행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농협 금융 조직 전체적으로 젊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금융부문의 교통 정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겉으로는 농협금융을 대표하는 자리지만 내부적으로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외부 출신이다 보니 막상 농협금융지주회장으로 오고 나서야 생각보다 영향력이 작다는 것을 알고 놀라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부출신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금융지주 회장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처럼 농협상호금융 대표에서 내부 서열이 낮은 농협은행장으로 가는 경우도 드물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농협상호금융 대표, 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은행장 순으로 이어지는 내부 서열 체계가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외부 출신이 있다보니 내부적으로 서열 등 교통정리가 안 되는 측면이 있었다”라며 “이번을 계기로 인사 등에서 금융사들간의 교통정리가 확실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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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