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조건 제시돼 사실상 '불승인에 가깝다'는 평가
DH에 성공보수 제시한 김앤장, '성공 여부'엔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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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 민족(배민) M&A를 조건부 승인했다. 결합승인은 났지만 제시된 승인 조건이 업계 예상보다 까다로워 성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해석에 따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신고 자문사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자문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보니 로펌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위기다. 김앤장은 이례적으로 시간당 수임료가 아닌 '성공보수' 형태로 보수구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99%에 가깝다는 점에서 그간 '불승인'을 점치는 여론이 많았다. 승인이 나더라도 5위 사업자 배달통 매각 조건이 붙을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공정위는 예상을 깨고 2위 사업자인 요기요 매각으로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결합승인이 나긴 했지만 조건부 승인이란 점에서 성과에 대해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반쪽짜리 성공이다' '사실상 불허나 다름없다' '애초 불가능했던 딜인데 그래도 선전했다' 등 업계 내 의견도 분분하다. 로펌업계는 철저히 원칙에 따른 결정이라면서도 예상보다 조건이 엄격하다는 근거로 '불승인에 가까운 승인'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 로펌들이 특히 이번 기업결합 성과에 주목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DH 자문사 김앤장이 수취할 자문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은 이번 계약에서 통상 자문업무에 적용되는 시간당 수임료가 아닌 추후 결과에 따른 '성공보수' 형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법률자문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던 사이 성공보수를 내걸어 공정위 통과를 자신했던 만큼 업계 내 반향도 컸다.
불승인 가능성이 컸음에도 김앤장이 성공보수를 제시한 배경으로 성사 시 얻게 될 막대한 이익을 내다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앤장이 결국 성공시켰다'는 영예와 함께 요기요나 배달통 매각,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등 파생될 딜의 자문 수수료도 계산 범위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각종 플랫폼 업체들의 자문 독점이 가능한 기회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 다른 대형로펌들도 '김앤장이 과연 성공보수를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이례적인 자문료 시스템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이 모인 이유 중 하나다.
통상 성공보수를 산정할 경우 위임계약서를 통해 '성공으로 보는 경우'를 합의해 명문화한다.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착수금 규모, 사건처리 난이도, 노력의 정도, 구체적 이익, 기타 제반 사정 등이 고려된다.
DH가 공정위 방침을 수락해 결국 요기요 매각을 결정하기까지 김앤장과 내부 검토가 있었다는 점에서 성공보수 지급에도 큰 이변은 없을 거란 의견이 많다. 당초 불승인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만큼 김앤장이 꼼꼼하게 안전 장치를 마련했을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는 "완전한 성공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실패라고 보기도 어렵다. 리스크가 큰 딜이라 계약서에 기업결합의 모든 업무는 인수자가 책임을 진다는 식의 조항을 넣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로펌 대표 변호사도 "성공보수 지급을 둔 행정소송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법원 판결까지는 양측 다 부담스럽다 보니 어느 정도 합의점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계약서에 조건부 승인에 대비한 특약 조항을 넣었더라도 위약금 없이 해지 가능하다는 입장도 일각에선 제기됐다. 공정거래 분야 전문 변호사는 "성공보수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구조적 조치는 사실상 승인이라고 볼 수 없다. 계약서에 여러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겠지만 이 정도의 조치는 DH가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는 조건이라 본다"는 설명이다.
김앤장의 자문이 '실패'라고 보는 쪽에선 '김앤장이 대관능력을 과신했다'는 관전평도 다수 나온다. 한 관계자는 "김앤장은 지난 2009년 합산 점유율 87%로 독과점이 확실했던 이베이코리아의 지마켓 인수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성공 경험에 기반한 자신감이 있었겠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시정조치 등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기대했던 만큼의 대관능력을 보이진 못했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김앤장의 성공 여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업계 내 상당수 있다는 점에서 성과보수를 받더라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으로선 성공보수를 받아도, 받지 않아도 뒷맛이 깔끔하지만은 않은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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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30일 07: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