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유동성 장세...이익과 멀티플 동시 증가
3200~3400까지 열렸다는 낙관론 제기되지만
결국 글로벌 양적완화-달러약세 지속돼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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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장중 3000선을 돌파했다. 사상 최초다. 코스피는 12월23일부터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3000선에 안착했다.
넘치는 유동성과 낙관론이 끊임없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금도 마땅한 악재가 보이지 않는다며 '매수'를 외치는 목소리가 많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회수(테이퍼링) 시점과 이에 따른 달러 약세 종료 시점이 '파티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4.52포인트, 0.49% 오른 3005.09로 거래를 시작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도 장 시작 후 불과 20분만에 개인이 3100억여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1% 이상 급등시켰다. 반도체ㆍ전자ㆍ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장 초반 200억원 이상의 외국인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며 약세를 보였던 삼성전자마저 개인 매수세가 집중되며 상승 전환했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한 건 1980년 코스피지수가 설정된 이래 40년만이다. 2007년 7월25일 2000선을 돌파한 뒤 14년만에 3000고지를 밟았다. 시가총액은 지난 4일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고, 6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코스피 급등은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성격을 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267에서 3005까지 33% 올랐는데,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는 126조원에서 129조원으로 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12개월 예상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1.4배에서 13.1배까지 높아졌다. 이익과 배수(멀티플)가 동시에 상승한 것이다.
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이익 추정치 상향과 멀티플 배수 확장은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적인 저금리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 의지 재확인이 이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만의 요인도 존재한다. 올해 3월까지 공매도가 금지된 덕분에 수급 불균형이 과도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하는 종목 수가 늘었는데도 불구, 매도 압력은 약해져 적은 거래만으로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129조원인 2021년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가 140조원까지 상향 조정되고, 코스피의 역사적 PER 고점인 13배를 적용했을 때의 지수가 코스피 3000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극단적인 낙관론 속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의 밸류에이션 틀이 모두 무너진만큼, 코스피의 역사적 PER 고점인 13배조차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5일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은 한국의 PER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말의 PER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은 120, 신흥시장 및 유럽은 115수준까지 상대적 수준이 올랐는데, 한국은 여전히 110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지금은 악재가 없다는 걸 호재로 인식해 모두 상방에 베팅하고 있다"며 "달러 약세와 미국 바이든 집권으로 인해 미국 성장주에 집중되던 유동성이 이머징 증시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스피는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종합금융투자계좌(CMA) 포함 120조원에 달하는 광대한 유동성과 당분간 지속될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달러 약세-원화 강세를 감안하면 3200~3400까지는 상방이 열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2개월간 40% 가까이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을 어느정도 해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예상이 많다.
이런 추정치는 지금 같은 매크로 환경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유효한 전망이다. 글로벌 유동성 공급과 달러 약세가 지속돼야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할 거라는 분석이다.
최근 원달러환율은 1080원선에서 주춤했지만, 달러-위원 환율은 달러당 6.5위안으로 3년 전 미중무역전쟁 발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도 개입 없이 이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며 추가적인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달러 약세는 글로벌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비롯한 이머징 증시로 유입되는 핵심 배경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 연준은 경기 회복을 위해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의 시장 인플레이션 기대를 의미하는 10년 BER(Breakeven Inflation Rate)이 2018년 10월 이후 최초로 2%를 돌파했다. 인플레이션 2%는 미국 Fed의 목표치이기도 하다. 미국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가 최근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과도한 유동성 공급과 이에 따른 부작용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파티는 여는 시점과 닫는 시점을 모두 중앙은행이 결정한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며 "현 시점에서 정확히 특정할 순 없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코로나19 위협이 사그라들면서 양적완화와 재정지출의 필요성이 줄어들면 증시도 한번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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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06일 10:1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