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자율주행차 개발, 2018년부터 가속도
현대차 비롯 글로벌 메이커와 접촉중
완성차? 시스템 공급?…방법·시기에 주목
-
사실상 멈췄다는 평가를 받던 미국 애플(Apple)사의 자동차 사업이 최근 들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기존대로라면 2024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애플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과 협력 의사를 타진하면서 자율주행차 사업을 점점 더 구체화하고 있다. 포화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되는데, 애플이 그리는 마지막 그림이 완성차 판매일지 또는 시스템 부품 제공업체 일지 아직은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애플이 자동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명 타이탄(Titan)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외부에서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수혈했다. 캘리포니아 당국으로부터 시험운행 승인을 받아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를 진행하며 대대적인 시장 진출이 예상됐다.
시장 기대와는 달리 개발 결과는 미흡했고, 그 당시 애플의 전사 실적도 저조했다. 지난 2017년 테스트 중인 차량의 사고가 겹치면서 타이탄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됐다. 그즈음 애플은 프로젝트에 합류했던 직원들을 대거 정리해고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애플의 자동차 사업 관련 소식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8년이다. 애플은 테슬라의 수석 엔지니어이던 더그 필드(Doug Field)를 같은해 8월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더그 필드는 테슬라 모델3 개발의 핵심 임원이다. 애플에 입사한 이후 타이탄 프로젝트 조직을 전면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9년엔 자율주행관련 백서를 발표했는데 당시 필립 쉴러(Philip Schiller) 부사장은 “애플의 자동차 개발은 2007년 아이폰의 출시 전부터 논의해 온 내용”이라고 언급하며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해 말엔 애플이 TSMC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시스템칩을 공동개발한다는 소식이 대만 현지 언론에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로이터가 애플의 자율주행차량 출시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상당히 높아졌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애플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태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출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제품 외형의 변화화만으론 신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차량은 사실상 움직이는 컴퓨터로 일컫는다.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는 핵심기술, 즉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AI솔루션·센서 등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기술과 상당히 유사하다. 기술 확장성 측면에선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등과의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글로벌 ICT업체들(구글·아마존·바이두)은 독자적으로 또는 완성차 메이커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삼성과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칩 제조사들 또한 해당 시장을 차세대 사업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타이탄 프로젝트가 유효하다면 애플의 자율주행차량의 출시는 2024년 즈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제차량의 도로 테스트, 안정적인 5G통신망의 구축, 센서 원가의 감축, 고정밀지도의 완성, 법제도의 완비 등 선행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2024년 출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아직까진 애플이 완성차 형태로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 아니면 핵심 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가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을 전량 외주 생산 하는 것과 같이 자동차 또는 부품회사의 파트너십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자동차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완성차 생산 사업은 마진이 높지 않고, 판매와 사후관리 등에 대한 관리가 어려울뿐더러 노하우도 필요하기 때문에 핵심 시스템 공급이 오히려 실익이 더 클 것이란 평가도 많다”고 했다.
애플은 현재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8일 애플과의 공동개발에 대해 “초기단계의 협의를 진행중”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가 최종 파트너로 낙점될 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지영조 사장이 이끄는 전략기술본부가 애플과의 협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협상은 현대차의 헤드쿼터 역할을 맡는 기획조정실이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실 현대차의 가장 큰 무기는 각 권역별 생산기지를 통해 여느 글로벌 기업보다 빠른 공급라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대차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이동수단에 대한 시스템 공급 기업으로서 변모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과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단는 평가도 나온다.
아직은 자율주행차 시장을 완벽하게 주도하고 있는 업체를 선별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구글과 바이두 그리고 애플까지 대형 ICT 업체들의 시장 진출은 기존 완성차 메이커들에 상당히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관련 글로벌 선두권 기술개발 업체와 손잡은 현대차도 테슬라, 구글 그리고 애플의 경쟁 상대중 하나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출은 과거 완성차 업체들에 상당한 잠재 위협이 될 수 있다”며 “ICT 기업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은 자동차의 완전 자율주행이 본격 상용화 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사이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력도 진화해 경쟁이 훨씬 치열해 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08일 12: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