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이사서 물러난 이원희 사장이 전담
그룹 내 사업 무게 추의 다변화 의미
사업부 분할· 모비스 합병 사전작업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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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조직개편을 통해 ‘완성차’ 사업을 총괄하는 부문을 신설했다. 새해 인사를 통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원희 사장이 이끄는 조직이다. 현대차그룹이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빠르게 변모하는 가운데 ‘완성차’라는 이름표가 붙은 조직을 신설했고, 상당히 무게감 있는 인사가 담당한다는 점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임원 인사에 이어 최근 조직개편을 실시하며 완성차 부문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생산개발본부·품질본부·구매본부·상품본부 등 서보신 사장(현 고문)이 담당하던 사업 분야가 전신이다. 완성차 부문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완성차 관련 사업전반을 총괄할 것으로 전해진다. 부문을 총괄하는 이원희 사장은 현대차의 제 1시장인 중국 사업도 담당하게 된다.
현대차의 이번 조직 개편은 단순히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기술개발·생산·판매를 총괄하는 조직의 신설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차가 '완성차 부문'을 신설했다는 것 자체가 눈에 띈다.
정의선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와 관련한 사업 전반에 걸친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메이커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기아차가 최근 로고와 사명변경을 추진하면서 새 사명을 ‘자동차’를 뺀 ‘기아(KIA)’로 확정했다.
그룹 차원에선 미국의 로봇 제작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인수로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 부문에선 오로라(Aurora), 전기차 부문에선 리막(Rimac)과 손잡고 공동개발 중이다. 지난해엔 글로벌 자율주행 선두업체 앱티브(Aptiv)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 했다. 그랩(Grab)과 올라(Ola) 등 동남아, 인도 등에서 차량공유 1위 업체에 소수 지분을 투자한 것도 현대차의 장기적 비전을 대변한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은 현대차의 차세대 먹거리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글로벌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전기차 부문도 생산과 판매를 늘리며 글로벌 메이커를 추격중이다. 실제로 신재원 사장(UAM사업), 김세훈 부사장(연료전지사업) 등 차세대 사업을 이끄는 부서장들은 빠르게 승진하며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과거 내연기관 완성차로만 구성된 그룹의 중심축이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과거의 완성차, 즉 내연기관 자동차가 현대차의 유일한 무게중심이었다면, 모빌리티 전반에 걸쳐 영역이 확장하면서 완성차는 여러 개의 사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문가 됐다는 평가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부문의 신설과 제반 업무의 통합은 단순한 업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라기 보다 완성차 부문과 시스템 부문, 신사업 부문 등 다양한 분야로 무게 중심을 분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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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의 숙원사업은 결국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냄과 동시에 각 계열사들의 통폐합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분 승계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에게 그룹의 미래 방향성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실제로 지배구조 개편은 작은 부분부터 시작되고 있는데 최근에 현대오토에버·현대오트론·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 추진도 지배구조를 단순화 해 사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부문 신설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과의 연관 짓지는 않고 있다. 다만 투자은행(IB) 및 자동차 업계에선 이번 완성차 부문의 신설이 추후 지배구조 개편시 사업부 분할 및 상장, 각 계열사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실패 이후, 각 계열사의 분할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사업회사로의 전환 등은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제시돼 왔다.
전례를 비쳐보면 현대차의 등기이사 또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인사는 ‘고문’과 같은 자문역으로 위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는 신설 부문의 수장이 현대차의 대표 얼굴격인 이원희 사장이라는 점에서 해당 부문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년간 M&A를 통해 사업군을 다양화했고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차, 전기차, 자율주행, 차랑공유 등 ‘모빌리티 시스템’ 공급사업을 하나의 큰 축으로 삼는 전략을 세웠다”며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부문의 분할, 존속회사와 모비스의 합병, 정의선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 스와프 등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점점 구체화하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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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