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진입연령 낮아져... "워라밸 중요"
신사업社, 사내변호사 대우 개선 박차
로펌은 'AI 리걸테크' 등 해결 방안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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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주니어 변호사들의 이탈이 잦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로펌 변호사가 사내변호사로 이동하는 일이 불명예로 여겨지곤 했는데, 최근엔 사내변호사들이 대형로펌 수준의 대우를 받으면서 선호도가 높아졌다.(A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
"비교적 '워라밸'이 잘 지켜지고 스톡옵션이나 보너스 등 혜택도 많다보니 상당수 변호사들이 옮겨왔다. (B대형로펌 출신 사내변호사)"
대형로펌 3~5년차 주니어 변호사들이 사내변호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법인 분할 등 로펌에 자문을 구할 일이 많아지면서 자체 법무조직 강화에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형로펌에 준하는 연봉과 스톡옵션 지급 등 각종 혜택을 내세워 주니어 변호사들을 속속 영입 중이다. 10년 전 800여명 수준이었던 사내변호사 규모는 최근 4배 이상 증가했다.
사내변호사 수 급증 배경으로는 ▲평균 연령대 감소로 인한 업계 문화의 변화 ▲사내변호사 처우 개선 ▲로펌 내 파트너 변호사로 진급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 등이 거론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로 변호사들의 진입 시기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학사 졸업 이후 곧바로 로스쿨로 진학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며 신입 변호사들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업계에선 로스쿨 8기 이후로 평균 연령이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체감한다. 높은 업무 강도와 이에 상응하는 고연봉보다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들 특유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로펌 내에도 형성됐다. 업무 시간이 비교적 일정한 기업 소속 변호사를 선호하게 된 이유다.
사내변호사들의 처우도 크게 개선됐다. 법무팀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대형로펌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우를 해주고 있다. 소속 변호사들에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특히 쿠팡, 네이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신사업 대표 기업들의 법무팀 강화가 눈에 띈다.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자회사 설립이나 투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체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법률 업무뿐 아니라 사업 전략 및 기획까지 어우를 수 있는 인재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쿠팡, 네이버, 빅히트의 인력 영입이 활발한데 3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 기업 법무팀은 2~3배 이상 규모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현재 50여명인 사내 법무팀을 1년 내로 100여명 수준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쿠팡은 경력에 따라 스톡옵션 규모를 맞춰주는 등 개별적으로 협상 조건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대형로펌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IPO로 주목 받은 빅히트도 수개월 전부터 벤처투자 및 M&A 업무를 담당할 사내변호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으로 이동한 대형로펌 변호사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형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 자리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엔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소속 변호사)'로 입사해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했지만, 일부만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발탁형 승진 제도가 상당수 도입돼 있다. '파트너 변호사가 되지 못할 바에 기업으로 가겠다'는 인식을 키웠다.
잇단 주니어 변호사들의 이탈에 대형로펌에서도 고민이 많다. 이들 주니어 변호사들은 상당수의 업무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로펌 내에선 신입 변호사들의 업무 멘토가 되어줄 '허리 기수'로 통한다.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후보가 크게 주는 점도 부담 요소다.
이에 각 로펌들도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한 대형로펌에선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세우기 위한 회의도 소집했다. 주니어 변호사들의 업무 분담을 덜기 위한 'AI 리걸테크 도입' 등 여러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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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