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차원에서 금융업 철수 가능성 시장에서 전망
관건은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
고(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이 내야할 상속세 규모가 확정된 가운데 여기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삼성그룹이 지금의 사업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삼성이 상속재원 마련을 위해서 사업의 한 축인 금융을 포기 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투자금융 업계는 해당 시나리오 검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8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외국계IB들은 삼성금융사 매각 등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에 나서고 있다. 삼성카드, 증권 등의 매각설이 불거진 적은 있지만, 현재는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금융사 전체가 매각되는 시나리오마저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는 상속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삼성생명 매각 정도가 이뤄재야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삼성전자(4.18%), 삼성전자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이다. 이들 주식의 평가액은 18조9633억원으로 여기에 따른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 정도가 추산된다. 아무리 이재용 부회장이라 하더라도 11조원에 이르는 상속세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보니 결국은 계열사 매각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시총은 16조원으로 IB들은 경영권 매각을 감안하면 20조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지녔을 것으로 본다. 이 중에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20.76%,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 19.34%를 경영권 지분으로 매각을 한다면 삼성생명 매각시 8조원안팎에서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생명 매각으로 모든 상속재원 마련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는 견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속재원 마련과 관련하여 삼성생명 매각 가능성을 일부 IB들이 검토하고 있다”라며 “금융지주들도 삼성금융사 매물 출회 가능성 등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IB들이 삼성금융사 매각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는 비단 상속재원 마련뿐만은 아니다. 삼성그룹 내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 전세계적인 흐름이 제조기업이 금융업까지 겸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한때 삼성의 ‘롤 모델’로 불리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2015년 금융 부분을 매각하면서 제조기업을 돌아갔다.
GE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 수익의 절반가량을 금융업종에서 창출했지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 금융업이 오히려 그룹 전체에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한 바 있다. 그 이후 핵심산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아래 금융업 매각을 통해 에너지 가스터빈과 산업용 소프트웨어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바 있다. 비단 GE뿐 아니라 소니 등 글로벌 제조사들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치렀다. 이를 감안하면 제조와 금융을 겸하는 현재의 삼성그룹의 비즈니스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내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삼성은 ‘전자’와 ‘후자’(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로 분류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이제는 삼성=삼성전자로 인식될 정도로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그룹 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나마 삼성생명이 1조원가량의 연간 영업이익을 내는 계열사지만, 향후 자본확충에 들어갈 자금이 작게는 수조원이란 점에서 비즈니스만 놓고 보면 큰 매력이 없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8.5%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의 향방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을 매각하게 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도 같이 넘어가게 된다. 삼성전자 경영권에 중대한 지분이란 점에서 삼성생명 매각보다 훨씬 민감한 문제다.
삼성생명 매각에 앞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으면 삼성생명 매각에도 나설 수 없다는 점에서 해당 지분정리 방안이 나와야 한다. 행여 매각에 나선다면 사실상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 유지의 ‘백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삼성생명 매각이 이뤄질 경우 해당 지분의 의결권이 주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과 관련한 계약 체결 등이 이뤄질 경우 이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의결권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선행되어야 삼성금융사 매각 가능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융당국, 국회의 사전 교감 없이 삼성생명 매각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