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열차·수소인프라 집중하는 현대로템
전기차 열관리·수소탱크 만드는 현대위아
스마트시티에서 존재감 찾는 건설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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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에서 비교적 주목도가 덜한 계열사들이 빠르게 사업 재편에 나섰다. 수소연료와 전기차를 키워드로 핵심 사업 모델을 바꿔 나가면서 그룹 내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계열사 별로 사업 모델을 확장해 몸집을 키우는 모습은 포트폴리오 전환이란 측면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사업부 분할 또는 계열사 합병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란 평가도 받는다.
최근 미국 로봇제작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인수에서 나타났듯, 그룹의 핵심은 역시 인수 주체로 나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그리고 현대글로비스다. 현대차는 완성차뿐 아니라 항공우주모빌리티(UAM), 로봇과 같은 그룹의 신사업 전반에 걸쳐 있다. 그룹 지배구조 절정에 있는 모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는 부품회사다. 모비스는 이제껏 내연기관의 핵심 부품을 담당했다면 앞으론 구동모터와 배터리모듈, 인버터·컨버터,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등과 같은 미래차의 부품의 기술개발을 맡게 된다.
계열사 덩치를 키우는 작업은 정의선 회장의 금고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부터 시작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리스사업에 진출했고, 중소업체의 전유물이었던 중고차 사업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과거 중고차 매매업자를 대상으로 중고차 사업을 펼쳤던 글로비스는 제도 개편과 맞물려 일반 소비자에게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선보일 가장 유력한 주체로 평가 받는다. 수소사업과 관련해선 수소연료의 국내외 해상 운송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글로비스의 사업군을 살펴볼 때 추후 차량공유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과정에서 글로비스가 직접 출자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엔 모비스와 현대차 그리고 기아가 신사업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론 글로비스가 새로운 그룹의 투자 주체로 각광받게 될 것이란 점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그룹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계열사는 단연 현대글로비스였다”며 “현대차와 모비스가 각각 완성차, 기술개발, 첨단 산업에 집중한다면 글로비스는 보다 소비자에게 밀접한 사업을 대상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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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그룹 계열사들도 수소연료, 전기차 등과 관련한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철도와 방산분야에 특화한 현대로템은 2018~2019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저가 수주로 인한 철도사업 부문의 손실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올해부터는 그룹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전략에 발맞춰 수소 충전 설비 공급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의왕 연구소 부지에 수소추출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차의 대표 수소연료전지 차량인 넥쏘를 약 85만여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인 연간 약 20여대의 수소추출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소 생소하지만 현대제철 또한 미래차와 관련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수소차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금속분리판을 제작해 현대모비스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외부에서 공급된 수소와 산소가 섞이지 않도록 하는 핵심부품이다.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활용해 직접 수소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수소 생산이 현재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점차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위아는 전기차용 열관리 모듈과 모터 및 감속기, 수소연료탱크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변속기 전문기업으로는 유일한 현대트랜시스는 자율주행차량에 특화한 시트의 기술개발과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내연기관에 사용되는 변속기의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터에 사용하는 감속기 기술개발에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핵심이 수명이 오래가는 배터리라면 감속기는 모터의 효율을 높여 배터리 손실을 최소화하는 장치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현대엠앤소프트와 현대오트론, 현대오토에버 등 3사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적 연관성이 상당히 높았던 해당 회사들을 합병해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목적이 크다. 통합 회사는 추후 현대차의 데이터 클라우드, IT전반은 물론 인포테인먼트 등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건설부문은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에서 역할이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과거 주택과 토목사업과 같은 전통적인 건설사업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해상풍력 발전소 등이 그 대상이다. 전기차의 보급 그리고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점엔 스마트시티 건립의 중심에 설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현대차와 모비스 못지 않게 계열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영역을 넓히는 것은 추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당시 개편안은 모비스의 모듈과 AS부품사업부를 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하고, 모비스의 존속법인을 그룹의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 핵심이었다. 정 회장 부자는 당시 기아차·제철·글로비스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그룹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짰다. 그러나 모비스의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고, 결국 무산됐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모비스의 AS와 모듈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이 수익성이 높은 탄탄한 사업으로 구성돼 효율화를 통한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당시와 같은 거센 반발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계열사들의 확장 전략은 사업부 분할 또는 합병 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머지않아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자동차(5.33%), 현대모비스(7.13%), 현대제철(11.81%), 현대글로비스(6.71%), 현대엔지니어링(4.68%) 등의 지분을 승계받고 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아가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에 대한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완성차 사업부 분할, 모비스와의 합병 등을 비롯해 계열사 지분의 정리작업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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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