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려 여전...금리 상승시 조달비용 부담도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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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경고가 지속되면서 금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 회피(Hedge;이하 헤지) 자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리츠 역시 투자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도한 유동성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반대로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의 가치가 오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면 부동산 투자 시 조달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리츠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로 아직 주요 리츠 주가는 인플레 우려를 주가 상승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아직도 수급은 대형주와 전기차 등 일부 테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17일 현재 기준 국내 주요 리츠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인 5000원을 밑돌고 있다. 이지스밸류리츠는 4700원, NH프라임리츠는 4220원, 코람코에너지리츠 4755원,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4845원에 장을 마쳤다. ‘리츠 대장주’로 꼽히는 신한알파리츠(7010원)를 제외하면 대부분 5000원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한껏 기대를 모았던 국내 리츠시장은 작년 초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으며 급등하는 주식시장을 겪은 투자자들은 배당 매력을 앞세운 리츠를 갈수록 외면하는 모양새다. 리츠는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종목인 만큼, 작년 말부터 50% 가까이 오른 삼성전자 등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리츠의 매력이 좀 더 부각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리츠는 상업용 오피스 등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두고 있어 실물 자산 가치가 오르면, 리츠의 투자 가치도 따라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리츠는 주기적으로 얻는 임대료를 바탕으로 배당재원을 마련하는데, 대개 임대료는 물가상승률과 연동돼있다. 자연스럽게 리츠의 배당률이 오르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20년 동안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추이를 보면 변동폭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에 우상향했다”라며 “금리는 2%대에서 5% 사이에서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부동산 자산은 꾸준히 가격 방어를 해왔고, 자본환원율(Cap rate‧이하 캡레이트)가 같이 오른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캡레이트는 부동산 자산의 현금흐름을 자산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캡레이트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리츠를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부담 요인이다. 적게는 몇백억원, 많게는 조 단위로 넘어가는 상업용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는 대규모 차입금이 쓰인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각종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비용이 상당한데, 이 때 금리 상승에 따라 조달 비용이 오르면 리츠의 배당률이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리츠는 경기가 좋아지지만 저금리 환경이 유지되는 경기회복기에 좋은 성과를 내는 상품으로 꼽힌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의 실적을 높이는 요인은 크게 저금리와 경기 호황 두 가지다. 경기가 호황이면 부동산 임대 수요가 증가해 임대료가 오르고, 금리는 낮아야 리츠의 이자 비용과 할인율을 낮춰 리츠의 가치를 상승시킨다”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금리 상승이 도래하는 속도와 개별 리츠가 지닌 자산의 매력도가 될 전망이다. 급작스러운 금리 상승은 리츠에 부담이 되겠지만, 완만한 금리 인상은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급격한 금리 변화 속에서도 탄탄한 기초자산을 둔 리츠일수록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자 전통 리츠의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라면서도 “완만한 금리 상승의 경우 궁극적으로 리츠 임대료에 상승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도 “조달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실물 자산 상승 여력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라며 “결국 좋은 현금 흐름을 구현할 수 있는 양질의 부동산 자산을 담은 리츠들은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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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