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직속 CSO 조직 영향력 강화될 듯
지주사 LG와 M&A 의사결정 ‘손발 맞추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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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이 이끄는 LG그룹 CSO 조직이 규모를 점점 키우고 있다. 최근 1조원 규모의 ‘빅딜’을 주도한 데 이어 추가 인력 충원을 통해 인수합병(M&A)에 드라이브를 걸 준비에 한창이다. 작년 말 합류한 이충섭 LG전자 상무가 조직 구성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지주사 LG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을 맞춰나가는 것은 여전한 숙제로 꼽힌다. 여전히 그룹 내에서 지주사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속도가 중요한 M&A 시장에서 자칫 대어급 거래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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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조직 내 인수합병(M&A)팀에서 조직 충원에 한창이다. 현재 10명 내외의 작은 조직이지만 인원 충원이 결정되면 두 배 가까이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외부 및 내부 채용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
작년 말 영입된 이충섭 LG전자 상무가 직접 진두지휘하며 인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상무는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출신으로, 대기업 재무 및 IB 역량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된다. 2002년 LG전자 금융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모건스탠리 한국법인, 현대캐피탈 및 현대카드 재무실장 등을 담당했다. LG전자에서 M&A 팀장을 맡아온 변지준 전문위원이 이 상무를 적극 보필해 조직 구성 및 실무를 도맡고 있다. 변 전문위원은 삼성전자, 두산을 거쳐 2008년부터 LG전자에서 M&A, 전략 기획, 내부 컨설팅 등을 담당해왔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CSO 조직의 역량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는 평가다.
CSO 조직은 재작년 말 구광모 LG 회장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 계열사에 일제히 CSO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말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1조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만드는데 주요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계열사 별로 CSO 조직을 두면서 좀 더 M&A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지만 동시에 지주사 LG에도 M&A 담당 부서가 별도로 있어 관련 조율의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이해 상충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LG그룹은 계열사 별로 (인수합병 거래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작년에 지주사에 M&A실을 별도로 만들면서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자는 시그널을 주기도 했다”라며 “사실상 LG그룹의 키맨(핵심인물)이 누구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인수합병은 대규모 자금과 적절한 타이밍(시기), 오너의 과감한 판단 등이 어우러져 이뤄지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노선 정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SK그룹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두고 전체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삼성 역시 예전 미래전략실을 통해 그룹 전체의 M&A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해왔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계열사 등 현업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한 인수합병 거래가 있더라도, 지주사 LG의 권한이 큰 만큼 무조건 마지막 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계열사의 CSO 조직과 지주사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대형 M&A 사례들이 많아지는 만큼 시스템 확립, 인수 후 통합과정(PMI) 등 후속 관리 중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그룹 차원에서 야심차게 인수했던 대어급 딜인 오스트리아 전장회사 ZKW 역시 인수 후 2년이 넘게 통합작업에 시간을 쏟았던 이력이 있다.
LG전자는 작년 말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한 데 이어 올해 초 미국 데이터 스타트업 알폰소를 약 87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ZKW를 인수하면서 협상에만 2년이 걸렸고 이후 PMI 과정도 만만치 않아 내부에서도 PMI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라며 “최근에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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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