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여유로운 중견으로 이동
로펌도 근무 강도에 변호사 불만 커
"연봉보다 아파트"푸념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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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히는 회계사, 변호사들의 ‘외도’가 심상치 않다. 젊은 회계사, 변호사를 중심으로 금전적인 윤택함 보다는 ‘삶의 만족’ 또는 ‘행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를 바라보는 회사 파트너급 인사들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본인의 가치관으로 이해하기 힘들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다독거리며 회사에 남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워라밸(직장과 삶의 균형)’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생각부터 이해해야 한다며 연초부터 조직관리의 기본 틀부터 다시 짜느라 분주하다.
지난 2019년 회계법인들은 신입 회계사의 연봉을 일제히 올렸다. 빅4 회계법인은 초임은 4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로 올랐으며, 3000만원 후반대였던 중견 회계법인들은 초임이 4000만원 중반까지 올랐다. 외감법 개정으로 수수료가 올라간데다, 젊은 회계사를 중심으로 노조가 생기는 등 과도한 업무에 비해서 수당이 작다는 불만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비단 초임 회계사의 연봉만 오르지 않았다.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5년차 회계사의 연봉 1억원 시대가 열렸다. 파트너들 사이에서 실무에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중간 매니저들의 연봉도 덩달아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빅4 회계법인들은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연봉을 올려주면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에 대형 회계법인 인력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은 중견 회계법인이다. 감사업무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형 회계법인들이 수임 못하는 업무가 중견 회계법인으로 몰리고 있다. 당장 인력이 필요한 중견 회계법인들은 대형 회계법인이 제시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이들을 유혹한다.
일례로 일부 중견 회계법인은 ‘4개월 근무에 연봉 6000만원’이란 파격적인 조건도 내 걸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감이 몰리는 감사 시즌 4개월만 집중적으로 일하면 일년치 연봉을 준다는 조건에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들도 중견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에 따라 중견 회계법인의 규모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회계사 수 100명 이상인 회계법인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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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연봉 1억원 받는 것보다 6000만원 받고 일년에 4개월만 바짝 일하는 것을 젊은 직원들은 더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연봉 올려주는 게 다는 아니다”란 말이 나온다. 근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들이 고민하고 있다.
이는 비단 회계법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로펌들도 회계법인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고소득 전문직이란 자부심으로 살았다면, 이제는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들어졌다는 푸념을 하는 변호사들이 늘었다. 시니어 변호사들은 젊은 변호사들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윤리가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비판하나, 젊은 변호사들에겐 강남의 아파트와 비트코인 투자에 성공한 변호사들이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2억원의 연봉을 받아도 세금 내면 결국 손에 쥐는 돈이 1억원 남짓이다”라며 “젊은 변호사들의 목표가 파트너가 되는 것 보다는 투자 잘 하는 것으로 세태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러니 이전처럼 일을 강요하기도 힘든 분위기다. 변호사들 중에서도 굳이 대형 로펌의 강도 높은 근무 여건 보다는 돈은 적어도 내 삶이 있는 곳을 원하는 수요가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트너들의 자아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나오는 파트너들의 반성은 ‘워라밸’에 대한 이해를 잘못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파트너들이 생각하는 ‘워라밸’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 휴식과 자신의 삶이 중요하다”이었다면, 최근에 세태는 “일은 일이고, 휴식과 내 삶은 일과 분리되어야 한다”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소득 전문직조차도 연봉으로 이들을 만족시켜주기 힘든 세상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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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