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현대重, FI 지분가치 약 2000억원 내외 평가
FI, 100% 지분 드래그얼롱 행사해 매각 가능성
중국 사업 놓칠 수 없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그룹, 현대重에 손실 보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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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두산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둘러싼 법정공방에서 일단 두산의 손을 들어줬다. 두산그룹은 당장의 급한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대법원이 드래그얼롱, 즉 FI 측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DICC 지분(80%)를 포함해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권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그리고 인프라코어의 경영권 매수 예정자인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가 책정한 FI의 DICC 지분 가치는 FI의 투자 원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산그룹에 DICC 지분을 넘기는 실익이 없는 FI들은 언제든 매각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현재로선 두산그룹이 우선매수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DICC가 두산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것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결정적인 원인은 FI 측이 동반매도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가장 유리한 매각금액과 거래조건을 제시한 매수 예정자가 결정돼 있어야 하고 ▲두산그룹에 매수인과 가격, 거래조건이 기재돼 있는 매매계약서 양식이 첨부된 매도결정 통지를 해야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초 FI들은 약정한 기한(3년)내 기업공개(IPO) 무산됐고, 동반매도권을 행사해 경영권 매각에 나섰지만 두산그룹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1심에서 기각됐지만 2심에선 받아들여졌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파기환송으로 결론남에 따라 두산그룹과 FI 측은 고등법원에서 다시 법적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FI 측이 매수 예정자에게 지분 전량(100%)을 매각 할 수 있는 동반매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반면 두산그룹은 ▲동반매도 요구에 동의하거나 ▲사전에 약정된 금액으로 FI 지분을 매수하거나(우선매수권) ▲약정된 조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 3자에게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시했다.
현재 상황에선 양측이 법적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FI 측이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원매자를 찾아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대법원이 동반매도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매각 대상은 DICC 지분 100%이다.
사실 DICC는 지난 2011년 FI의 투자 이후 부침을 겪다 최근들어 과거 실적에 근접했다. FI 투자당시 DICC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1900억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약 1600~1700억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중국 건설 경기의 영향에 따라 실적 변동성은 여전하지만 일단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인수 희망 의사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당장 공개매각 절차에돌입하긴 어렵겠지만, FI 측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경영권 매각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며 “중국사업이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축이기 때문에 두산그룹 입장에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두산그룹과 FI들이 합의를 통해 DICC 지분(20%) 처리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경영권 매각을 위해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협의중이라는 점이다. DICC의 우발채무는 당초 인프라코어 경영권 매각 초기부터 대부분의 인수희망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DICC의 지분가치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가격, 즉 2000억원 내외의 금액은 FI 측이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원금 3800억원에 배당금을 포함해도 못 미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당초 2심 고등법원이 인정한 매매대금은 8000억원 수준이다. FI 측은 향후 파기환송심부터 재상고심까지에 대한 법정 공방, 그리고 동반매도권 행사 및 경영권 매각을 통한 실익을 따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본계약(SPA)을 앞두고 있는 두산그룹은 DICC와 관련한 손실을 현대중공업 측에 보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측의 계약 관계를 차치하고 애매한 입장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두산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DICC FI 컨소시엄 중 하나인 미래에셋자산운용PE의 출자자(LP)이다. 산업은행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을 직접 컨트롤하기도 했다.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직접 인수에 나섰기 때문에 DICC에 대한 리스크 최소화, 즉 FI 지분 가치를 최소로 평가하는 게 관건이지만 반대로 DICC FI의 주요한 LP로서 투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추구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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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