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목표는 '해외 확장'…'BTS 시너지' 기대
-
네이버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합치고 ‘대형 K팝 플랫폼’을 내놓는다. 이로써 네이버는 YG엔터, SM엔터에 이어 빅히트까지 손을 잡으면서 ‘K팝 동맹’의 중심에 자리잡게 됐다. 네이버가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확대하고 유통 경쟁력을 강화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어떤 콘텐츠 전략을 보여줄 지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가 자사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브이라이브(V LIVE)’와 빅히트의 ‘위버스’를 통합한 새로운 ‘글로벌 팬 커뮤니티(위버스 컴퍼니)’를 만들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가 위버스를 운영하는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에 총 41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하는 형태다. 빅히트 및 특수관계인이 51%를 보유한 JV(합작법인) 성격으로 운영된다.
-
네이버의 빅히트의 협업은 단순 양사의 결합을 넘어 네이버가 ‘K-엔터’의 중심으로 파고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엔터 동맹’을 이어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기준 YG엔터 지분율 9.03%으로 양현석(17.14%) 전 대표에 이어 2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28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는 “빅히트 등 글로벌 엔터 기업과 네이버의 콘텐츠 라이브 스트리밍을 결합하면서 라이브 공연부터 팬 커뮤니티 등으로 이어지는 엔터 밸류체인 사업 기회를 확보함과 동시에 한국·미국·유럽·남미 등 K팝 인기가 높은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네이버의 엔터사 투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과거 YG엔터에 대한 ‘파격 투자’도 그렇다 할 시너지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네이버는 SM엔터 투자를 콘텐츠 자회사에 단행하면서 ‘콘텐츠 확보’에 방점을 찍고 ‘YG때와 다르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콘텐츠 전략이 확실히 ‘IP(지적재산권) 등 원천 콘텐츠’와 ‘플랫폼 확보’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빅히트 동맹도 ‘플랫폼 결합’에 초점을 맞췄다. 빅히트가 자체 플랫폼을 론칭하며 BTS(방탄소년단)가 활동 근거지를 옮기는 등 양대 K팝 팬 커뮤니티 경쟁 구도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결합으로 ‘윈윈(win-win)’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재무적으로도 위버스컴퍼니에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하면서 2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네이버의 현금 지출은 2118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빅히트는 BTS란 강력한 아티스트를 보유하며 콘텐츠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었지만 그 외에는 사용자를 늘릴 유인책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대로 YG, SM 뿐만 아니라 중소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도 이용하는 브이라이브는 MAU(월간 활성 사용자)가 3000만명(위버스 500만명)으로 트래픽 면에서는 위버스를 압도한다. 다만 엔터사를 직접 보유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 제공자’ 역할만 하다보니 항상 아티스트 이탈 가능성이 남아있었다.
또 빅히트의 YG엔터 투자로 걸그룹 블랙핑크의 위버스 입점이 예상되면서 현재 K팝 아티스트 중 가장 영향력이 큰 BTS와 블랙핑크 모두를 손에 넣은 셈이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글로벌 2위(5630만명)로 BTS(5050만명)를 넘어선다. 가능성이 있는 BTS의 ‘군 공백기’에도 대표 글로벌 아티스트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향후 글로벌 아티스트 영향력을 바탕으로 네이버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K팝 팬덤을 기반으로 ‘사용자 확보’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IP 등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협업이 가능한 만큼 네이버의 여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들과도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를 들어 BTS의 IP를 앞세운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관련 커머스 시장까지 네이버를 통해 등장할 수 있다.
그동안 네이버가 내놓은 플랫폼 사업들은 ‘국내 포털 1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2018년 론칭한 인공지능 기반 뮤직플랫폼 ‘바이브’ 등도 존재감이 미미했다. ‘한국판 스냅챗’인 카메라앱 스노우도 뚜렷한 수익 모델을 수립하지 못하면서 2018년, 2019년 영업적자를 이어왔고, 이에 2020년 5월 네이버가 7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앞서 이미 네이버가 2017년(400억원), 2018년(1300억원), 2019년(700억원) 연이어 유상증자로 지원에 나선 바 있다. 그나마 웹툰 부문이 글로벌에서 꾸준히 성장하면서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수익 증가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28일 12:5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