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NH‧미래 3강 옛말...KB 포함 4강 체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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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 선정이 완료되자 투자은행(IB)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빅딜’을 놓치지 않으려던 대형 증권사들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한 반면, KB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이번 거래(딜)로 기업공개(IPO)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의 ‘3강 체제’에 KB증권이 포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28일 LG에너지솔루션은 KB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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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되자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 빅딜을 주도한 적이 없는 KB증권이 단번에 대표 주관사의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을 포함,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까지 입찰제안요청서(RFP)조차 받지 못했다. SK IET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일부 실무자들은 아쉽다는 표정이다.
SK IET는 배터리 소재 회사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지점이 있다. 경쟁사에 기업기밀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를 애초에 주관사 후보에서 제외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은 모든 증권사들이 탐내는 딜로 손꼽혔다. 증권사로서는 LG그룹과 네트워크를 쌓아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데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도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를 등에 업고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더해지자 LG에너지솔루션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입찰제안요청서를 받지 못한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고위 임원들까지 나서 마지막까지 딜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다.
KB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경쟁사와 협업 중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NH투자증권까지 입찰제안요청서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당시 NH아문디자산운용이 LG에너지솔루션 분할 당시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 때문에 제외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KB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되는 데는 LG그룹과 인연이 있는 김현준 KB증권 PE사업부장의 힘이 컸다는 말도 나온다. 김 사업부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훤미 씨의 둘째 사위로, 과거 KB증권에서 주식발행시장(ECM) 이사를 맡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로 잠시 적을 옮겼던 김 사업부장은 2019년 다시 KB증권으로 복귀했다. (참고기사 : LG 딜 '특명' 받은 김현준 미래에셋 본부장, KB證으로 다시 이적)
KB증권의 거래사례(트랙레코드)를 살펴볼 때,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주관을 맡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조 단위 딜을 주관한 이력이 없는 탓이다. 공모규모가 가장 컸던 딜은 작년에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4850억원)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국내보다는 해외 공모시장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해외 IB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국내 시장에서의 공모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그럼에도 이번 딜로 KB증권의 위상은 한껏 높아질 전망이다. 이제는 ‘빅3’가 아닌 ‘빅4’로 불려야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반면 대형 증권사들을 비롯한 기업공개 주관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KB증권이 카카오 계열사 상장 주관을 연이어 섭렵한 데다 LG에너지솔루션까지 주관사 자리를 꿰차면서 단숨에 기업공개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라며 “예전에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여러 대형 딜을 독식했다면, 이제는 KB증권까지 후보군으로 넓혀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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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