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성 무너지면 더 큰 손실은 개인투자자 몫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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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정말 개인투자자의 무덤일까? 공매도 금지가 한시적으로 연장되자 개인투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국민청원까지 올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정성에 정부가 화답을 했다는 시각마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공매도 금지 이후로 쏠린다. 자칫 더 큰 손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개인투자자가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가에서는 '이럴 줄 알았다'는 덤덤한 반응이다. 지난 3년 간 포풀리즘적 선심성 정책만 남발해왔던 정부였던만큼,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 역시 예상한 범위 내라는 것이다.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 중인 신용융자 잔고와 더불어 시장 가격 왜곡이 극심해진만큼, 결국 정부의 의도와는 정 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거란 냉소적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당초 3월15일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2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5월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하고, 나머지 종목은 추후 재개 여부를 논의한다. 국내 공매도 금지 조치는 지난해 3월16부터 시행됐다. 이번 연장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는 1년2개월가량 지속된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전산개발 및 시범운영 등에 2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과, 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는 지적이다. 공매도 연장 시기가 4월7일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와 시기가 겹치는 탓이다. 통상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 기간을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연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선거기간을 의식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전략담당 연구원은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매도 금지가 실질적으로 증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2개월 연장이라는 뻔한 수를 둔 건 선거 의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금지 조치가 지속된 그 이후다. 코로나 이후 공매도의 순기능을 그저 무시해버리기에는 주식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생각보다 ‘균형성’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 거품이 극에 달해 있을 때에는 어느 정도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 내실이 부족한 기업의 주식이 ‘미친 유동성’에 힘입어 유망한 성장주로 둔갑하는 사례는 결국 개인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코로나 이후 공매도 조치를 이처럼 길게 끈 나라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단 두 나라뿐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5월 공매도 금지를 전면 해제했고,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들은 코로나19 하에서도 공매도를 유지했다. 가격쏠림 방어 등의 시장조성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공매도는 특정 자산의 취약성 여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수 있고, 주가가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높을 경우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 내 지나친 거품을 어느 정도 제어해주는 셈이다.
균형성의 상실은 글로벌 투자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8일 정부에 '한국은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권고를 보냈다. 최근 일부 글로벌 지수 산정기관이 공매도 금지를 유지할 시 지수 편입 유지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국 관련 해외 투자 자금 중 FTSE(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 지수 추종 패시브(passive) 자금 규모만 6000억달러(약 670조원)으로 추정된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6월 한 보고서에서 “유럽에서는 공매도의 경제적 기능과 시장조성업무의 효용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라며 “시장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장 위험관리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의 시스템은 정 반대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대표적 레버리지 투자방식인 신용융자는 금지되지 않고 있는 게 핵심이다. 레버리지 투자는 방치하며 공매도만 금지하면 가격은 상방으로 더욱더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9조원 수준이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2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김학주 한동대 교수(전 우리자산운용 CIO)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려면 신용융자 매수도 제한해야 균형이 맞다"며 "가격 거품을 규제하려는 이유는 미래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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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4일 11: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