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노동이슈' 계속되면서 모멘텀 지연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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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소비트렌드 수혜로 택배업 호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의 주가는 최근의 ‘강세장’에서도 횡보하는 모습이다. 올해 택배 단가 인상과 네이버와 손잡은 풀필먼트 시스템(물류 일괄대행 서비스) 확대가 주가 상승 및 사업모델 재평가 모멘텀으로 기대가 높지만, 계속되는 노동 관련 이슈로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실적은 택배사업 호조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 예상되고, 올해도 성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4분기 택배물동량은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4억5000만박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업황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올해 '택배단가 인상, 풀필먼트 시스템 확대' 두 이벤트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CJ대한통운의 주가가 빠르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숙원 사업인 단가 인상과 밀접한 택배 노동자 관련 이슈가 이어지고 있어 CJ대한통운의 주가 상승 ‘트리거’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경영상으로만은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보니 CJ그룹 내에서도 올해 가장 신경쓰고 있는 계열사 이슈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 사망자 13명 중 CJ대한통운 소속 근로자는 총 6명으로 집계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 택배 분류인력 증원, 처우개선 등 방안을 마련하며 추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설 명절 대목을 앞둔 최근까지도 택배 노조와 총파업 관련 합의를 계속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슈를 둘러싼 여론은 여전히 첨예하다. 택배 노동자 과로 이슈가 계속 터지면서 단가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국내 택배 단가가 해외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단 점도 고려된다. 다만 국내 택배 수익구조 상 택배요금이 인상되더라도 택배기사 처우 개선은 요원하단 지적이다. 이에 전국택배연합노동조합 측은 택배요금 인상이 아닌 배송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업체 간 경쟁으로 인한 관행인 ‘백마진(리베이트)’으로 택배 기사의 배송 수수료는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노동 이슈가 연달아 터지면서 추가채용 등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데 비용 증가는 결국 미래 실적의 마이너스라 주식 시장에서 좋아하는 이슈가 아니다보니 최근까지 CJ대한통운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처우 개선은 해야하는 게 맞고, 그 과정에서 단가인상의 당위성에 대한 부분도 인정이 되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장이나 회사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단가를 올리면 처우 개선을 커버하고도 회사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강하게 나가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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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트리거’로 예상되는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도 회사측에서 ‘일단 조용히’ 진행하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스와프하고 CJ대한통운의 물류와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의 협력 계획을 밝혔다. 최근 네이버가 물류 협력을 재차 강조하는 등, 1분기 내로 구체적인 협력안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의 합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전해진다. 현재 CJ대한통운의 곤지암 허브의 풀필먼트 센터에서 일부 네이버 브랜드스토어(8개사)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네이버의 전체 이커머스 부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스토어 부문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국내 1위인 네이버와 물류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면 아마존, 쿠팡 등이 하는 시스템과 같아지면서 ‘플랫폼 물류회사’로 시장에서 재평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현재 매각을 진행중인 중국 물류 자회사인 CJ로킨(구 룽칭물류) 매각대금이 투자재원으로 쓰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CJ로킨이 해외에서 ‘알짜 사업부’였던 만큼, 매물로 나왔을 때 시장에서는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나온 바 있다. 1조원 내외 매각시 CJ대한통운이 가져가는 현금이 약 3000억원대로 추정되면서 풀필먼트 확장 투자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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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3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