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등 'IB 충성심 시험' 단골 메뉴...올해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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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모임 제한으로 어차피 어디 갈 계획도 없긴 했는데, 막상 연휴 반납하고 출근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진 않네요. 작년 추석때도 이랬는데요." (한 증권사 과장급 실무자)
현대중공업이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기업공개(IPO)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증권가가 들썩이고 있다. 졸지에 명절 연휴를 반납하게 된 실무자들은 당황하는 표정이고, 관리자급들은 이들을 다독이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연휴 전 제안서를 요청하는 건 주관사 후보들의 '충성심'을 시험하려는 발행사들의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ㆍ넷마블게임즈ㆍ크래프톤 등이 이를 통해 '성실하고 간절한' 주관사를 선정했던 전례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오후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RFP를 배포했다. 마감은 오는 19일까지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발송부터 제안서 제출까지 불과 10일의 빠듯한 일정을 제시한 반면,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일정은 2주 이상의 충분한 준비 기간을 보장했다.
문제는 이 일정 사이에 11일부터 시작되는 설 명절 연휴가 끼어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의 RFP 배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만큼, 기초 사전 스터디 이상으로 이를 대비하고 있었던 증권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많게는 200~300여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를 작성하고 내부 절차를 밟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 설 연휴에 집중적인 실무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졸지에 연휴를 반납하게 된 증권사 실무자들은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빅딜(big-deal)이 집중적으로 나온데다 신규 공모 기업 수도 2019년 대비 치솟으며 피로가 누적돼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연휴를 반납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곤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전격적으로 RFP를 발송했다. 이 때문에 주요 증권사 실무진들은 명절 연휴에도 출근해 꼬박 밤을 새야 했다. 크래프톤의 RFP 발송 시기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충성심이 크고, 좀 더 수주에 간절한 주관사를 뽑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RFP 발송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연내 상장이 목적이라면 상반기 내에만 주관사를 선정해도 크게 늦지 않는데, 굳이 명절 연휴를 끼고 진행할 이유가 있을 거라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조선업도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제안서를 준비하는 증권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명절간 이동에 제한이 있기도 하고, 딜이 없는 것보단 바쁜 게 더 좋지 않느냐는 논리로 실무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행사의 RFP 발송 전략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장 지난 2016년 제일홀딩스나 넷마블게임즈도 설 연휴 전 RFP를 발송했고 연휴 이후 설명회(PT)를 거쳐 주관사단을 꾸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명절은 아니었지만, 최대 8일에 달했던 5월의 샌드위치 황금연휴를 앞두고 RFP를 배포했던 바 있다.
이번 RFP를 받지 못한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그래서 IPO 업계엔 쉬는 날을 앞두고 RFP가 나오면 막내 사원이 찢어버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현대중공업 거래에 초대 받지 못해 명절 간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은 두고 두고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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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5일 14: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