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발행금액 2배인 7000억 규모
등급평가 모호함과 장기차입 운용 미숙함 보였던 IT사들
이번 대규모 발행 계기로 기관 인식 바꿀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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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올 상반기 1조원 이상의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국내외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국내 발행은 5년만, 외화채권 발행은 창립 이래 최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네이버의 회사채 발행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등장한 네이버가 그것도 조 단위 딜을 들고 오면서 기관투자자들도 상기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내달 말 국내에서 최대 7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 2015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주관사 선정도 마쳤다. 이외에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 외화채권 발행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지난 2010년, 2013년, 2015년 총 3회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 누적으로 35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 채권 전부 상환해 현재는 현금 대비 회사채 비중 0%다. 채권시장 내 이름을 자주 올리는 기업은 아니었기에 누적금액의 두 배 수준을 한번에 발행하는 이번 대규모 발행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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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가능성에 대해 '극히 낮다'고 봤다.
인베스트조선은 지난해 7월 <"나오기만 하면 대박일텐데"…네이버·카카오 기다리는 채권시장> 기사를 통해 당시 분위기를 담은 바 있다.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지만 현재로선 기업 상황을 고려해 채권 발행 필요가 적다 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당시 한 기관 투자자는 "발행을 하지 않으니 관심을 갖고 보고 있진 않다. 당장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기업들의 협력사들이 발행시장에 나설 가능성은 있어도 이들 기업이 직접, 그것도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그간 100억원 이하 수준의 스타트업 인수 및 소규모 지분투자에 주력해 투자재원으로 대규모 자금이 요구되지 않았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도 풍부해 굳이 시장에 손을 벌릴 필요가 크지 않았고 추가 필요자금은 은행 차입으로 충당했다. 일본 계열사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통합 당시 사모전환사채(CB) 조기상환 자금도 미쓰이스미토모(SMBC), 미즈호은행 등 금융기관 차입으로 마련했다.
주식시장을 통한 투자 유치 기회가 많았던 만큼 채권시장을 자주 노크할 필요가 없었던 배경도 거론된다.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투심도 좋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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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추가 M&A를 예고한 만큼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대규모로 커지며 자금조달 창구를 다각화할 필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진 자사주와 은행차입으로 어느 정도 충당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을 거란 예측이 많다.
사뭇 달라진 회사 기조에 기관 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업계에선 네이버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주식시장 내 인기만큼의 신용등급은 받지 못할 거란 인식이 있었다. 전통적인 회계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도 IT기업의 사업구조는 제조업에 비해 등급평가가 모호하다는 시각이 존재하기도 했다.
IT기업들이 그간 보여준 장기차입 운용 미숙함도 한 몫했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6월 전년도와 당해 발행한 채권에 대해 전례 없는 조기상환(바이백)을 단행했다. 재무구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전통 발행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를 비롯 IT업계 전반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시각을 강화한 계기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근엔 이들 기업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겪으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어느 정도 반전시킨 분위기다. 신용등급도 한 단계 올라섰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네이버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부여했다. 기존 AA에서 한 단계 상향 조정되면서 초우량등급 기업이 됐다.
채권시장 내에선 네이버가 이번 대규모 발행을 계기로 새로운 '큰손'이 되어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회성 발행에 그칠지 꾸준한 발행으로 이어질지와 함께 회사채가 오는 4월 만기 예정인 카카오의 재등장 여부도 관심사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워낙 호황이었던 지난해엔 기업들이 채권시장을 주로 찾진 않았지만 네이버가 기폭제가 돼 넘치는 유동을 이 시장에서도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시가총액 5위인 네이버를 필두로 곧 회사채 만기 예정인 카카오 등 우량한 IT기업들이 새롭게 큰손으로 유입돼 꾸준히 발행해준다면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채권 발행도 예고한 만큼 글로벌 투심도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투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외화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오는 3월 이사회를 열어 채권 발행계획을 승인, 주관사 선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국제 신용등급을 평가의뢰, 투자자를 본격적으로 모집하는 과정에서 해외 채권 투자자들로부터 해외 투심 확인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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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3일 09: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