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홍콩 증시 상장 '붐'
홍콩을 중심으로 중국판 실리콘밸리도 추진
헤지펀드 관계자 "홍콩의 아시아금융허브 위치 더욱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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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시가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해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해외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한 상황이다. 아시아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지위가 역설적이게도 더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 홍콩증시가 최근 20개월 중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거래량도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홍콩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정세의 변화 및 중국기업들의 빠른 성장세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달 미국 국방부가 휴대폰 제조업체인 샤오미와 코맥 등을 투자금지 기업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이 중국 국영기업 블랙리스트를 늘리자 ‘부추(중국판 개미투자자)’들이 이들 기업 매수에 들어갔다. 올해 첫 9거래일 간 거래약이 약 1223억홍콩달러(약 17조3400억원)로 지난해 월간 거래규모 최대를 기록한 3월의 90%에 달하는 액수다. 홍콩 증시의 큰 손이 미국 등 해외투자자에서 중국 본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 중국의 금융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단기성 자금이 흘러 들어가기 보다는 앞으로도 이어질 큰 트랜드다”라고 말했다.
중국에 투자 흐름을 볼 때 통상 두 가지로 나눠서 분석한다. 하나는 ‘북상자금’으로 홍콩증권거래소를 통해 중국 본토 A주(중국 본토에 상장된 주식)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을, ‘남하자금’은 중국 본토의 상하이와 선전거래소를 통해 홍콩 증시로 유입되는 중국 대륙의 투자자금을 말한다. 이 둘의 자금흐름을 통해 중국에 투자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데 최근에 큰 흐름은 남하자금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유안타 증권에 따르면 올해 개장 첫 주의 남하 자금 유입액은 586억위안으로 후강통 개통 이후 사항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흐름으로 2020년 남하자금 유입액은 전년대비 170%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북상자금 순유입액의 1.9배에 달한다.
유안타 증권은 “홍콩주의 낮은 밸류에이션과 중국 유니콘 기업의 홍콩 2차상장 등 홍콩 증시의 중국 신경제에 대한 반영이다”라며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퇴출 움직임 등이 가시화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더 가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회사들이 홍콩과 상해증시로 돌아오기를 무언적 권고하고있다”라며 “더 좋은 회사들이 중국시장에 상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비단 국제 정세의 변화만이 홍콩 증시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아니다.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세가 홍콩 증시로 돈이 몰리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의 ‘테슬라’ 같은 전기차 회사가 중국에는 10여개에 달한다는 말이 나온다. 전기차 업계만 놓고 보아도 길리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베이징자동차, BYD, 상하이자동차, 등 대형업체만도 5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눈에 띄는 스타트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의 스타트업인 NIO, WM모터, 샤오펑 자동차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대표기업들이 나스닥 상장보다는 홍콩 상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IPO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홍콩-마카오-광둥 지방을 연계하는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웨강아오 대만구(great bay area)’를 추진하고 있다.
7년여를 끌어온 중국-EU간 투자협정이 타결된 점도 긍정적이다. 이번 투자협약 체결로 EU의 중국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우려했던 해외투자자 이탈도 걱정만큼 큰 점은 아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EU, 동남아시아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라며 “걱정했던 홍콩 엑소더스보다는 오히려 투자금이 홍콩 증시로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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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