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작 단계...거대 수임료 기대 어려워
향후 M&A 접목 시 고객 대응 목적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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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들이 잇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팀을 꾸리며 대기업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환경법이나 공정거래법 이슈 등은 기존에도 다뤘던 분야이지만 인수합병(M&A) 등에 접목하며 향후 ‘대형 딜’ 위주의 기업고객을 잡기 위한 포석을 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법무법인 율촌은 글로벌 기업의 ESG 사례를 중심으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지난달 18일 ESG 경영 및 투자전략 실무라는 주제로 변호사들과 정부 부처 전문가들을 한 데 모아 웨비나를 마쳤다. 지난해 말 ESG 전담팀을 꾸린 뒤 국내 로펌 최초로 개최한 웨비나다.
최근 로펌들은 일제히 ESG 전담팀을 꾸리고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해 9월 ESG 센터를 출범했고, 세종도 지난해 11월 ESG팀을 꾸렸다. 태평양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외 기업법무 및 M&A, 환경 등 20여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ESG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율촌과 화우도 지난해 12월부터 ESG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기업들이 ESG라는 테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로펌들도 이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다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해당 테마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한다거나 엄청난 수임료를 기대하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친환경 위주로 사업체질을 개선하는 부분은 오히려 컨설팅 법인의 영역이 더 우선적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ESG가 이제 시작 단계라 대형 법무법인이 자문하기에는 수수료가 높지는 않고 겹치는 영역이 크지 않다”라면서도 “다만 기업들이나 투자자들의 트렌드가 ESG 방향으로 흘러가는 만큼 미래의 잠재 고객을 찾는 차원에서 로펌들도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로펌들은 향후 대형 M&A 딜을 수임하는 데 ESG를 접목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ESG 관련 기업들의 자문 업무 중 ESG 관련 내부 규정을 정비한다든가, ESG 공시 체계 변화에 대응하는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대형 투자거래에 ESG 자문업무가 수반되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로펌들 역시 관련 자문능력이 ‘필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발맞춰 태평양은 ESG 전담팀에 이준기 변호사, 유종권 변호사 등 M&A에서 굵직한 사례들을 맡아온 변호사들을 구성원으로 꾸렸다. 율촌 역시 전담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기업들이 인수 대상을 선정하고 실사하는 과정에서 ESG 요소를 자문하는 사례를 꼽고 있다. 화우는 글로벌 M&A 경험이 풍부한 박성욱, 이소연 미국 변호사를 영입했다. 박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크로스보더 M&A 거래에서 다국적 기업들을 자문해온 경력을 지니고 있다.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ESG 전담팀 변호사는 “대기업들도 투자를 할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이든, 투자를 받는 입장이든 ESG라는 테마를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M&A팀도 향후 ESG 전담팀과 협업 하에 기업들의 자문을 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권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는 “로펌들이 지금 당장 현금 창출을 고려하고 ESG 전담팀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책임투자 등 ESG라는 테마가 기업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는 만큼 고객 만족의 차원에서 전담팀을 꾸려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쌓이다보면 정당한 보수는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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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