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구단들 여전히 모기업에 의존
"모기업 홍보수단·오너 소유물 인식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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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이 하나둘씩 시장에 나오고 있다. 수십 년간 반복된 모기업의 어려움 그리고 스포츠구단 매각이란 똑같은 테마다.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는 상황에서도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들이 나온다. 지배구조 및 가치 평가 개선 노력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설명이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이마트가 SK텔레콤으로부터 SK와이번스를 1352억8000만원에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로 인수가격은 주식가치가 1000억원, 토지 건물이 352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거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수 의사와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소유한 SK텔레콤이 매각을 검토한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이 스포츠구단이 왜 비즈니스가 될 수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란 평가다.
정용진 부회장의 야구단 인수 의지가 강해 이마트가 SK와이번스를 포함해 몇몇 구단에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지방의 몇몇 구단도 이마트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마당에 여전히 모기업에 손을 벌리면서 운영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런 면에서 모기업의 재정이 튼튼한 상황에서도 매각에 나선 SK와이번스가 의외란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수익성 없는 구단을 다른 기업에 매각한 기존의 사례와는 큰 차이가 없다.
딜로이트안진에 따르면 프로야구 구단에 모기업의 10년간 지원금이 2144억원에 이른다. 10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195억원이다. 수익모델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구단 수입의 절반 정도가 모기업의 지원금이다.
프로구단의 운영 목적이 모기업 홍보에 집중되다 보니 다른 수익이 나는 사업을 벌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프로야구단 명칭에서 모기업 이름만 빼도 구단의 수익성은 크게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모기업 이름을 구단 이름에서 뺀다면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마케팅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라며 “연고지 중심으로 이름을 바꾸고 모기업 뿐만 아니라 팬, 재무적 투자자가 구단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너들의 인식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구단에 대한 오너의 지나친 사랑(?)이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해 SK와이번스 매각 사례처럼 적정 가치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오너간 거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평가다.
SK와이번스의 경우도 시장에서는 2000억원의 가치는 지닌 구단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매각 가격은 1350억원에서 결정됐다. M&A 전문가들은 1350억원이란 구단 가치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오너들끼리 직거래하는 형태로 스포츠구단 매각이 이뤄지다 보니 그간 제대로된 가치평가가 이뤄진 적이 없다”라며 “계열사 매각을 이런 식으로 한다면 주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가 비단 ‘신세계가 SK와이번스를 싼 가격에 인수했다’에 그치지 않는다. 스포츠구단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명문 프로축구단 상당수가 증시에 상장되어서 투자자로부터 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재무적투자자들도 프로스포츠 구단에 투자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하다면 굳이 모기업이 구단의 지분을 100% 소유할 필요성도 없어진다. 외부투자자 모집,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서 들어온 자금을 구단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만 만들어져도 프로스포츠로 더 많은 팬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구단의 주요주주가 되는 해외 사례를 보아도 스포츠구단이 충분히 하나의 산업으로 투자가치가 있다”라며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서 프로스포츠 구단에 대한 정밀한 가치평가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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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