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全 계열사 사임이후 7년만
그룹 핵심인 ㈜한화 복귀 가능성에 무게
ESG 투자에 민감한 기관들…반대표 행사 가능성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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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공식적인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취업제한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그룹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 선임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제껏 김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것과는 별개로 보수를 받는 임원 선임에 있어선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사회적가치투자(ESG)를 투자 원칙으로 삼고 있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다.
김승연 회장의 취업제한 조치는 지난 18일 해제됐다. 김 회장은 2014년 수천억원 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받았고 집행유예 종료시점인 2019년 월부터 2년간 취업이 제한됐다. 2014년 형이 확정된 이후 김 회장은 ㈜한화·한화케미칼·한화건설·한화L&C·한화갤러리아·한화테크엠·한화이글스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김 회장은 공식적인 직함을 내려놓았으나 사실상 그룹 경영에선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K에너지·K금융 같은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최고 경영인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선 사내이사 선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의 복귀가 예상되는 곳은 역시 지주회사인 ㈜한화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이자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공식 복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한화 외에 그룹 내 중추를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테크윈 등을 자회사로 보유한 방산 분야 중추다. 최근엔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랙아이의 지분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김 회장의 복귀 과정에서 김동관 부사장(한화솔루션), 김동원 전무(한화생명), 김동선 상무보(한화에너지) 등 각 계열사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3남에 대한 직접적인 경영 간섭이 일어날지도 관심이었다. 일단은 한화솔루션은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총회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관 부사장, 김동원 전무 등이 각 계열사에서 핵심 경영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인데 김 회장이 해당 계열사에 대해 복귀하면 승계구도를 불투명하게 할 소지가 있다”며 “김 회장이 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완벽한 경영 승계까진 시일이 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주회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직책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김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정이 있다. 50%가 넘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주주총회다. ㈜한화는 올해 금춘수 대표이사와 이민석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일단은 ㈜한화(김승연 회장 및 특수관계인 38%),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 34%),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49%), 한화솔루션(㈜한화 37%) 모두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모두 30%를 넘기 때문에 이사 선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다만 기관투자가들 또는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반대에 나선다면 김 회장이 화려하게 복귀하는 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기관투자가들이 김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할 유인은 충분하다.
국민연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과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경영진에 대해선 주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주주가치훼손 이력이 있는 경영진은 내부규정에 의해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회장이 여러곳의 계열사에 이사 선임을 시도할 경우, 이 또한 내부규정에 의해 ‘과도한 겸직’으로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ESG 투자관점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내외 연기금들의 기조를 비쳐볼 때 김 회장의 복귀가 상당수의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의 경우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국내 기관과 플로리다연금(SBAFlorida),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이 주요 주주다. 2017년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였던 한화케미칼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선 약 26개 기관가운데 10곳이 넘는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했을 정도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경영진에 적용하는 잣대는 보다 엄격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 총수로서 구심점을 잡고 경영권 승계와 같은 역할이 남아 있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며 “한화그룹이 여느 기업보다 ESG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만들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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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