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발생한 손실 올해 초부터 속속 회계에 반영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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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해둔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서 손실 사례가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손실이 이제서야 화제가 되는 까닭은, 해당 손실이 4분기 결산 과정에서 이제서야 장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들은 잇따라 해외 대체투자 자산 손실을 장부에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주요 증권사들이 코로나19에도 불구, '우량 자산이라 피해가 없다'고 주장해 온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일례로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교직원공제회와 함께 투자해둔 미국 가스발전소 프론테라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자산으로 꼽히던 가스발전소마저 코로나19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년이 넘게 사실상 해외 이동이 멈추다시피 하면서, 항공업과 호텔업 역시 투자손실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2017년 약 1300억원 규모로 금융주선을 내준 보잉777 항공기 구입자금과 관련한 프로젝트도 최근 원금손실 위기에 직면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선순위와 후순위 대출에 각각 1억원, 48억원가량의 자기자본(PI)투자를 해둔 상태다. 나머지 자금은 운용사, 연기금 등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해 투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현재 항공기 매각 또는 리스를 통해 회복을 꾀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이 투자한 미국 더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도 현재 공사가 지연돼 투자금 회수에 먹구름이 꼈다. 세 증권사는 해외 및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약 6000억원 규모로 자금을 조달했고, 100억~200억원 정도는 지분(에쿼티)투자도 벌여뒀다.
이들 사례는 예고된 사태라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작년 상반기부터 항공기나 호텔, 해외 오피스 등 자산 손실에 대한 우려는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드러나기 시작한 걸까. 회계 반영 기준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통상 회계장부에 반영되는 시점은 일 년 단위인 만큼, 감사 및 자산평가에 들어간 올해 초가 돼서야 손실 사례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감사본부 회계사는 “원칙적으로는 펀드 등 자산의 손실이 났을 경우 분기별로 회계장부에 반영해 공시하는 것이 맞다”라면서도“다만 분기보고서의 경우 감사인은 검토의견에 그치기 때문에 회사가 손상에 따른 추이를 지켜본다고 판단하면 즉각 손실로 반영할 가능성이 낮다. 대개 일 년 정도 추이를 지켜보고 연간 감사보고서에 해당 사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도 “올해 연말까지는 3분기 실적만 나와 있어 그때까지는 재평가(밸류에이션)를 일 년에 한번만 한다는 이유로 미룰 수 있지만 해가 바뀐 만큼 이제는 회계장부를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작년 연말 증권사들이 인사 및 조직개편을 앞두고 자산 손실을 쉬쉬했던 점도 한 몫 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브로커리지 활황으로 인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대부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IB부문의 자산 손실은 이에 묻혀 지나간 것도 사실이다. 주요 IB 담당 임원들 역시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이를 감안해 최근 금융감독원 등 감독 당국은 증권사들의 대체투자 자산들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초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해외 현지실사를 의무화하고, 인수 후 재매각(셀다운) 목적에 해당하는 자산은 셀다운 보고서를 만들어 내부 심사 시에 활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 때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경쟁적으로 투자했던 자산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부메랑처럼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라며 “일부 기관들은 당분간 해외 관련한 증권사들의 셀다운 물량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등 일시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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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