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능 전방위 확대 계획 밝혀…토종 OTT도 긴장
'춘추전국시대' 이어지는 국내 OTT "골든타임 잡아야"
-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1위인 넷플릭스가 올 한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5억달러)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지금까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이 총 77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규모가 늘어났다. 올해 발표하는 국내 오리지널 신작만 13편에 이를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계획은 심화하는 국내 OTT 시장 경쟁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는 현재 OTT 앱 사용 비중에서 약 42%를 차지하고 있지만, 올해 디즈니플러스 등 강력한 글로벌 라이벌이 국내에 상륙할 예정으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은 25일 ‘See What’s Next Korea 2021’ 온라인 간담회에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넷플릭스가 한국을 마켓 관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아시아 전반의 성장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깨닫게 된 점이 올 한해 동안만 5500억원을 투자할 수 있게 된 계기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넷플릭스가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OTT 업체들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대표 토종 OTT인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 모두 올해 각각의 성장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CJ ENM과 JTBC가 손을 잡은 티빙은 2023년까지 3년간 4000억원의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혔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3사가 힘을 합친 웨이브는 2023년까지 약 3000억원의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혀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국내 OTT 업체들의 투자 예산이 ‘판을 뒤집기’는 어려운 규모라는 평이 나온 바 있다. CJ ENM 측은 이달 초 컨퍼런스콜에서 투자 계획이 ‘콘텐츠 차별화’를 보이기엔 다소 부족한 규모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500만 유료 가입자 목표에 부합하는 충분한 금액이며, CJ ENM 등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단순 투자 금액 규모보다 추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엔터·미디어 애널리스트는 “OTT는 일반적인 소소한 드라마 몇 개를 만드는 것보단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유입이 되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 갖추는 게 중요한데 국내 OTT들의 투자 예산이 매우 공격적인 수준은 아니다”며 “티빙이나 웨이브가 수년에 걸쳐 3000억~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1년 평균 몇 백억원 정도인건데, 킬러 콘텐츠 제작비가 작품당 100억~120억원이라고 치면 그런 신작을 1년에 만들 수 있는 개수 자체가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국내 OTT 업체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삼삼오오’ 동맹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다만 특징이 뚜렷한 글로벌 OTT에 비해, 현재 토종 OTT들은 여전히 장점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웨이브는 지상파 중심으로만 볼 수 있고, 티빙은 JTBC나 CJ 계열의 콘텐츠만 볼 수 있는 등 각자의 ‘결핍’이 뚜렷하단 평이다. 주도권 싸움 등 동맹을 맺은 기업 간의 협력 양상도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웨이브의 SK텔레콤은 최근 카카오와의 콘텐츠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카카오M이 IPTV(인터넷TV)인 ‘B tv’에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텔레콤과 카카오가 2019년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으로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웨이브에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공급되는 등 협력을 이어온 바 있다.
OTT 업계에 조예가 깊은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도 결국 누가 승기를 잡냐인데, 현재 국내 OTT 업체들은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에 끼어서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전통 기업들은 혁신을 흉내내는 식으로만 가다보니 IT 기업인 넷플릭스 같은 사업자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과거 음반사들이 ‘아이튠즈’나 ‘멜론’ 같은 통합 플랫폼이 나오면서 기회를 놓쳐버린 것처럼 OTT 업계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5일 17: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