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가격은 평당 3000만원 넘어서
넘치는 유동성이 가격 끌어올려
감독당국 현 상황 예의주시
-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격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다만 수익률 하락 추세 속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 앞으로도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연말 서울 중구 을지로의 상업용 오피스 빌딩인 파인에비뉴 빌딩 B동이 삼성SRA자산운용에 평당 3100만원대에 팔렸다. 역대 오피스 빌딩 매매가 4위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2013년에 4760억원에 매입해 약 7년만의 1300억원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이를 바라본 기관투자자들은 거래가격에 놀라는 표정이다. 평당 2000만원 중반 수준을 예상하고 가격을 써냈지만 평당 3000만원의 가격은 쉽사리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상업용 오피스 평당 3000만원은 국내에서 나올 수없는 가격으로 받아들여지던 숫자다.
한 기관투자자는 "평당 2000만원 중반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 될 거라는 예상치 못했다"라고 말했다.
비단 해당 오피스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다. 서울 상업용 오피스 시장은 활황장이다. 지난해 3분기 서울 오피스 거래규모는 5조2343억원을 역대 사상최대를 기록했으며, 4분기에는 이에 못미치긴 했으나 4조1090억원의 거래기록을 보여줬다. 4분기 평당거래가는 3분기를 앞질러 평당 2265만원을 기록했다.
그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시장에 집중되어 있어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상업용 오피스 시장의 거래액과 매매가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지난해 도심권과 강남권에서 각각 신한L타워(평당 3000만원), 구 현대해상강남사옥(평당 3407만원) 등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부동산 사모펀드, 리츠 시장이 커지면서다. 일례로 평당 3000만원이 넘는 신고가 거래에도 이들은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신한알파리츠는 '신한L타워'를 매수하는 등 오피스 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했다.
삼성증권은 "서울 오피스 시장은 전형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었으나 최근 상장리츠 운용사들로 거래 주체가 점차 전환되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상장리츠와 공모펀드에 유지되는 별도과세 혜택감안 시, 오피스 시장의 주요 거래 주체로 상장리츠 운용사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유동성 장세 속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문제 삼는다. 실제로 오피스 투자의 수익률 지표인 캡레이트(부동산 매입가격대비 임대소득)는 2020년 4분기 기준 9분기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4분기에는 캡레이트가 3%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채권과 비교해도 그리 높은 수익률은 아닌 셈이다.
-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선 자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투자를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며 "수익률이 떨어짐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라고 말했다.
감독기관도 부동산 오피스 시장을 예의 주시한다. 상장리츠, 공모펀드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오피스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일반 '개미투자자'에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오피스 매입을 위한 대출 규제 등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가격상승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오피스 가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여차하면 규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