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주는 벌써 30% 이상 급등...韓은 이제 시작
'자산 버블 억제용으로 시장 금리 상승 용인' 분석
수익성 개선 큰 기대감...금융당국 규제가 최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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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리플레이션) 트레이딩의 온기가 드디어 한국 은행주에까지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미 국채 10년물로 대표되는 시장 금리 상승을 용인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그간 덜 오른 국내 금융주를 집중 매수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마진이 좋아지며 올 상반기 주요 은행지주들이 깜짝 실적을 낼 거라는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규제가 없다면, 금융주들의 사상 첫 분기ㆍ반기 배당도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격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다소 잦아든 모양새다. 당분간 시장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주와 성장주 사이에 순환매 장세가 펼쳐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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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피가 3000선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업종으로 은행주가 첫 손에 꼽힌다. KRX은행업 지수는 16일 697대까지 오르며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만에 처음으로 700선 탈환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연초대비 16% 이상 오른 수치다.
은행주 급등의 배경으로는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세가 꼽힌다. 외국인들은 3월 둘째주에만 4500억원어치의 은행주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전체 코스피 순매수액의 4분의 1에 가깝다. KB금융을 2100억원어치 이상 매입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에도 700억원대 순매수세가 몰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KB금융 지분을 6.02% 보유하고 있다며 대량보유현황을 신고하기도 했다. 블랙록의 KB지분 변동신고는 2014년 5월 이후 7년만이다. 시가총액 1위 KB금융이 '대장주'로 인식되는 형국이다. 신한금융이 전향적으로 분기 배당 검토에 나선 것 역시 이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집중 매수하는 배경은 뭘까.
시장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며 순이자마진(NIM)으로 대표되는 은행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0%대로 밀렸던 미국 국채 10년물은 최근 1.6%를 넘나들고 있다. 국내 국채 10년물 역시 지난해 1.3%에서 최근 2.15%까지 치솟았다.
유동성이 사상 최대로 풀린 상황에서 소매업 등 주요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고, 이로 인해 물가가 자극을 받으며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왜 이제야 집중 매수에 나선 것일까.
국내 은행주는 배당성향 20% 제한 등 지나친 규제 때문에 지난해 연말 이후 지속된 금리 상승 장세에도 큰 탄력을 받지 못했다.
그 사이 미국 금융주 주가는 급등했다.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의 최근 3개월 주가 상승률은 38%에 달한다. JP모간,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들도 평균 30%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국내 은행주의 최근 3개월 주가 상승률은 평균 4.5%에 그쳤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규제를 감안해도 수익성 상승분이 더 클 것으로 보고 베팅에 나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고지한대로 배당에 대한 규제 효력이 올해 6월에 사라진다면 빠르게 주주환원이 이뤄질 거란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뒤늦은 국내 은행주 매수가 16~17(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FOMC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연준이 지금 같은 시장 금리 상승을 용인할 지 여부다. 이달 초만 해도 연준이 장기국채를 직접 매입해 금리를 안정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지금은 쑥 들어간 상태다.
제롬 파월 의장은 물론, 연준의 주요 이사들이 공개석상에서 '지금의 금리 인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유사시 이에 대응할 수단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미국의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시장 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뺀 값이 실질금리인데, 명목금리가 상승한만큼 인플레이션 기대감도 함께 상승하며 나름의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연준이 억지로 시장 금리를 안정시키면 실질금리가 다시 급락하며 자산 가격에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및 버블 우려에 대한 나름의 견제책으로 연준이 시장 금리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럼 앞으론 어떻게 될까.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 금리가 완만하게, 계단식으로 상승세를 띄는 가운데 당분간 금융주와 성장주가 번갈아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주의 경우 최근 5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 0.3~0.6배 사이에서 움직여왔는데, 현재 대형주 평균 PBR이 0.4배에 불과한데다 주주환원 현실화 가능성을 포함하면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오는 6월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은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또다시 배당에 간섭한다면 실망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금융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가장 많이 반영된 업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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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6일 15:3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