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가 더 문제...배상안 두고 지난해 사외이사 줄사퇴
대표 잔여 임기 1년..."후계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
-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에 대한 유동성 공급안을 두고 사외이사들이 줄사퇴하며 내홍을 겪었던 NH투자증권에 또 다시 경영공백 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당장 눈 앞의 정기 주주총회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대응에 경고등이 켜졌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옵티머스 배상 권고안도 이르면 내달 확정될 예정이다. 배상 여부를 두고 배임 논란이 불거지면 또 다시 사외이사 줄사퇴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 16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임계현 경영전략본부장도 같은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임 본부장은 정 대표 취임 이후 경영전략부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으며 정 대표를 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참모로 꼽힌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 증권가에서 가장 최고위의 임원들이 감염된 사례다. 이후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는 없다는 것이 NH투자증권측 공식 입장이지만, 여전히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온다.
정 대표는 당장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와 금감원 제재심 참석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처음 진행되는 정기 주총에 핵심 관계자 중 하나인 정 대표가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자가격리 기간을 감안하면 정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가릴 제재심에도 참석이 쉽지 않다. 금감원은 자기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조정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수 차례 결론이 지연된 터라 무작정 심의를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제재심과 주총 일정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산 넘어 산이다. 금감원은 제재심 결론을 내리면 지체없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어 옵티머스 관련 판매사 배상 권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라임펀드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전액 배상 권고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옵티머스 사전 유동성 지원안을 두고 내홍을 겪었다. '배상안'이 아니라 '유동성 지원방안'이라는 애매한 결론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박철 사외이사, 박상호 사외이사, 이정대 비상임이사가 잇따라 중도 퇴임했다. 유동성 지원안에 찬성하면 배임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박상호 사외이사 퇴임 후 NH투자증권의 이사회는 반 년간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가동됐다. 이사회 인원이 6명으로 줄었는데 사외이사가 3명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법은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과반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법은 이 경우 마지막으로 사퇴한 사외이사의 '권리의무'가 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상호 전 사외이사의 권리의무가 지속됐지만, 박 이사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해외법인 증자안, 경영실적 보고 등 주요 사안들이 사외이사가 한 명 부족한 상황에서 처리됐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옵티머스 배상 권고안이 나오고 난 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판매 잔고는 4300억여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75%에 육박한다. 배상이 이뤄지고 이에 대한 손실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주주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유동성 지원때와는 차원이 다른 배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최대주주 농협금융지주 역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살펴보고 있다. 농협지주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NH투자증권 관리와 관련해 국회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국정감사장에는 김광수 지주 회장과 함께 당시 농협은행장이었던 손병환 현 회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정 대표의 임기도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제재심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면 규정상 연임을 할 수 없고, 다행히 경징계로 수위가 낮춰진다해도 농협지주 입장에서 정 대표를 계속 끌고 갈 유인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손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내부에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상품 개발과 판매 절차를 개선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 대표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옵티머스 사태 해결에 온 정신이 쏠려있다는 안팎의 증언이 많다"이라며 "뒤를 이을 최고경영자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 대표가 옵티머스와 코로나에 발목이 잡히며 점점 시간만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