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라지만 경영진 압박 등 거론
실적도 작년 순손실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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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생명이 내홍을 겪고 있다. 실적은 떨어지고 사내는 인사 문제로 시끄럽다. 푸르덴셜 생명 인수 후 시너지 작업에 나서야 하지만 잡음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생명은 지난 임원인사에서 리스크최고책임자(CRO)가 법에서 정한 2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이례적인 일로 해당 건을 두고 사내에선 다양한 말들이 오간다. KB생명 관계자는 "연말인사에 경영진이 껄끄러워 하는 CR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라며 "지주에서도 해당 건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임원 인사에 대해선 딱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라고 밝혔다.
금융사의 CRO의 임기는 2년으며 이는 법적으로 보장된다. 인사 상 불이익도 주지 못하게 되어 있는 만큼 중도에 사퇴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울러 CRO는 선임 이후에 금융감독원에 보고를 해야 하는 등 감독당국에서도 모니터링 하는 요소다. 통상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중도에 교체하는 일이 드물다.
특히 교체된 전임 CRO는 선임계리사도 겸직하고 있었다. 선임계리사는 회사의 계리 업무를 총 책임진다는 점에서 보험사에선 CEO만큼 중요한 직책으로 인식된다. 해당 임원은 금감원 징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과정에서 공을 세운 부서장을 임원 승진시키기 위해서 해당 CRO 교체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온다"라며 "그만큼 납득하기 힘든 인사로 받아들여 진다"라고 말했다.
비단 CRO 교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회사보다 덩치가 큰 푸르덴셜생명 인수 이후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푸르덴셜생명을 중심으로 생명보험을 키운다는 생각에 고용에 불안을 느끼는직원들의 퇴사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의 실적은 역성장 중이다. KB생명은 지난 2019년 1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지만 지난해에는 232억원의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희망퇴직금이 반영된 결과다.
영업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지만, 불완전판매비율 등이 업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KB생명의 불완전판매 비율을 0.48%로 DGB생명, KDB생명의 뒤를 이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KB생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라며 "KB그룹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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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