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인수 후 마케팅 비용 통제 덕” 지적
인건비 상승에 고정비 부담까지
GMV의 0.6배…요기요 매각가 최대 1.5兆 거론
인수금융 어려워…자기자본 투자자 등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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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 어플리케이션 2위 요기요의 매각이 본격화했다. 올해 초대형 M&A로 기록될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주요 후보군들의 주목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의도치 않게 요기요를 매각해야 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와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 후발주자이지만 매서운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쿠팡이츠의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있다는 점은 M&A의 흥행을 예단하기 어려운 핵심 요인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수 기업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과 최근 임금 인상을 통해 고정비가 늘어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요기요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DH는 최근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를 통해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운용사와 전략적투자자(SI)들에게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했다. 비밀유지계약(NDA)를 체결한 후보 업체를 대상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이 담긴 투자설명서(IM)을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요기요의 업력은 약 8년, 종업원 약 800명이 근무하는 음식 배달 어플리케이션 운영업체다. 요기요와 가맹 계약을 맺고 있는 음식점은 약 20만곳, 1달 평균 주문건수는 약 1400만건이다. 작년 한해 주문 건수는 약 1억4000만건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주요한 지표로 사용하는 요기요의 총 거래대금(GMV)은 지난해 약 2조9000억원이다. 지난 12월말을 기준으로 한 GMV는 약 2900억원이다. 총 매출액은 약 352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약 47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각 분기별 GMV는 성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요기요의 실적 그리고 업계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쟁 상황을 살펴보면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DH가 요기요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수 후보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추후 배민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DH가 공개한 배민의 지난해 실적은 총 주문 건수 7억3000만건, GMV 116억유로(약 15조6000억원)이다. 요기요의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주문 건수는 약 5.2배, GMV는 약 5.3배 높은 수치다. 국내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의 양사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7월 기준 약 97%이지만 이 가운데 절대적인 부분을 배민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요기요의 착시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요기요는 상각전영업적자 약 620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흑자전환했다. 이는 트래픽 유입의 증가와 매출액의 급격한 상승 덕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DH의 인수 이후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내 PEF 업계 한 대표급 관계자는 “요기요의 흑자전환 규모가 DH에 지급할 로열티를 반영하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점, 과거 배민과 경쟁할 당시 M/S를 늘리기 위해 투자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흑자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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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DH의 배달의민족 인수 이후 요기요의 이용자 수 증가 추세는 다소 추춤했다. 배민 대비 요기요의 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하반기까지 꺾이기 시작하다 최근 들어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 또한 “(요기요의 흑자전환은) 배민이 주력인 DH가 동종 업계 자회사인 요기요의 점유율 상승을 위해 출혈 경쟁을 자행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파악된다”며 “새로운 인수자는 배민의 경쟁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 할 것이란 점은 긍정적 요소다. DH가 전망한 우리나라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 전망치는 2030년까지 약 40조원(300억유로) 수준으로,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3위 배달업체 쿠팡이츠의 대대적 투자가 예고된다는 점은 요기요에 상당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쿠팡이츠가 서비스되는 지역의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산 점유율은 약 90%로, 쿠팡이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전국 평균 97%에 비해 낮다. 지난해 12월 기준 3사의 각 MAU는 배달의민족 58%, 요기요 31%, 쿠팡이츠 11% 수준이다.
쿠팡은 현재 적극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며 점유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뉴욕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의 풀필먼트 사업 강화는 물론 쿠팡이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1위 사업자인 DH에 대항하고, 3위 사업자인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선 인수자는 구주를 인수하는 자금 외에 앞으로 추가적인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구조다.
사실 음식배달에 국한하지 않고, 퀵커머스라는 개념으로 확장하면 과감한 투자를 계획할 SI가 깜짝 등판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륜차로 배달이 가능한 상품을 빠른 시간 내에 운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대한 주목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배민은 ‘B마켓’을 통해 소량품종의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 편의점와 같은 소량품종 판매 업체들 또한 기회를 옅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현재 거론되는 요기요의 인수 예상가는 약 1조~1조5000억원 수준이다. 과거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계산식 ‘GMV 대비 약 0.6배’를 적용한 수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대형 PEF들이 예상하는 금액도 최대 1조5000억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 금액 마저도 실제로 베팅할 후보들이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SI와 FI가 컨소시엄 구성해 일정 부분 리스크를 상쇄하는 방안으로 구조를 짤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단독으로 참여해 조단위 거래를 성사할 후보군이 나타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실 점차 대형화 하는 국내 기업 M&A 상황, 그리고 시장에 풀려있는 막대한 유동성, 글로벌 PEF들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투자잔액) 소진 경쟁 등을 고려하면 조단위 거래를 성사할 수 있는 여력있는 후보군들은 상당히 많다.
다만 인수가 완료한 후에도 현재와 같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꾸준한 투자금까지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한 대형 금융기관 인수금융 담당자는 “요기요의 매각이 거론됐을 당시부터 내부적으로 상당한 논의가 있었는데 현금흐름이 제대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주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비슷한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기 때문에 순수 자기자금을 통한 인수자가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상 거래 성사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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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