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 STX엔테크 해외 프로젝트 수주 경험 활용 전략 기대
완주 의지 크지만 가격 미지수…대한전선 실질 가치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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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인수전은 호반건설그룹과 세아그룹의 2파전 구도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사장 중심으로 승계가 마무리됐는데, 대한전선 인수는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상무에 힘을 실어준다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세아그룹은 산하 플랜트 기업 세아STX엔테크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경험을 전선사업에도 접목시킨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3일 M&A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 매각 본입찰은 오는 26일 치러질 예정이다. 호반그룹과 세아그룹은 초기부터 자문단을 꾸렸고, 이달 초중순에 걸쳐 진행된 경영진 프리젠테이션(MP)에도 참여했다. 최근 뒤늦게 MP를 진행한 인수후보가 있긴 하지만 지금까진 호반과 세아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호반건설은 2014년 대한전선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잠재 인수후보로 꼽혔다. 건설업에 전선이 많이 필요하고, 대한전선의 유휴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선 설치는 한국전력이 맡으니 관여할 여지가 많지 않고, 부지들도 대부분 개발이 완료되거나 처리된 상황이다. 이번 인수전 참여를 시너지 효과보다 승계 후속 작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호반그룹은 일찌감치 그룹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 2018년말 김대헌 사장이 최대주주인 호반과 핵심 계열사인 호반건설이 합병하며 김 사장이 호반건설의 최대주주에도 올랐다. 나머지 계열 사업은 차남 김민성 상무와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대헌 사장은 큰 승계 비용 없이 그룹의 중추를 이어받았다. 상대적으로 나머지 형제들이 챙긴 것은 많지 않다. 일례로 호반건설과 김 상무가 최대주주인 호반산업의 매출만 해도 2019년말 기준 1조9771억원과 5478억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김민성 상무 입장에선 호반산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있어도, 토목이 주력인 호반산업이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덴 한계가 있다.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붙여야 한다.
이번 대한전선 인수전 참여엔 김 상무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6년 토목에 강점이 있는 회생기업 울트라건설(이후 호반산업으로 사명 변경)을 인수했다. 이듬해 김민성 상무가 최대주주이던 호반건설산업은 호반산업을 흡수합병했고 지금의 호반산업이 됐다.
다만 그룹 내부에선 택지개발, 아파트 분양 등 안정적 사업을 두고 모르는 산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우건설, 그랜드하얏트호텔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를 수십 곳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낙찰받은 게 문제가 될 정도로 목좋은 땅을 활용하는 전략에 집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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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그룹은 대한전선 인수 후 세아STX엔테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체한 국내보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 경험을 살려 판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선 시장은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의 과점체제다. 발주처는 한국전력이 거의 유일하고 국내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 대한전선의 점유율(3사 합산 대비)은 2018년 27.2%, 2019년 25.9%, 작년 3분기 25.3%로 완만한 하락세다. 글로벌 시장에선 산유국들의 인프라 투자가 줄고 있어,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세아그룹은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부문을 인수해 세아STX엔테크를 설립했다. 이후 회사는 회생절차를 종결했고, 국내외 수주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화력발전은 물론 태양광 등 에너지 관련 수주가 특히 많다. 해외 수주엔 의류제조사 세아상역이 오랫동안 꾸린 글로벌 네트워크 및 자금조달 역량도 활용됐다. 세아상역은 2019년 IMM PE로부터 태림포장·태림페이퍼·태림판지를 인수했는데, 이후 내수용은 물론 해외 공장 포장재를 태림포장 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세아그룹이 대한전선을 품는다면 세아STX엔테크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천수답식 수주보다는 프로젝트를 발굴해 직접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사업 발주는 기존 선진국 시장보다는 세아그룹이 진출한 동남아시아, 중남미 지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그룹도 부담은 있다. 작년 초 태림포장 인수 완료 후 신용평가사가 글로벌세아와 자회사 세아상역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수천억원의 차입을 일으키며 재무구조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가 있더라도 1년여 만에 또 대규모 M&A를 추진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
호반그룹과 세아그룹 모두 인수전 완주 의지가 강하지만 대한전선의 본질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IMM PE는 올해 두 차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통해 대한전선 지분율을 약 55%에서 40%로 낮춰놨지만, 이 지분의 시가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한다.
IMM PE가 대한전선을 인수한 후 주력한 것은 사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자연히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LS전선이 설비 증설 등에 투자한 금액은 1469억원인데, 대한전선의 설비증설 및 유지보수 금액은 53억원이었다. 연구개발비는 LS전선 452억원, 대한전선은 30억원으로 격차가 컸다.
M&A 업계 관계자는 “IMM PE의 대한전선 인수 거래는 재무구조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기술개발엔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기 어려웠다”며 “초고압케이블 등 경쟁력있는 기술도 있긴 하지만 인수자로선 추가적인 설비투자 비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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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