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석 이마트 대표 “이베이 진지하게 검토”
결국 회장님 의지에…앞장선 계열사 수장들
인수금액 5조원대 거론, “인수가 끝이 아니다”
해외진출, PMI, 인력관리에 자금소요 상당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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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실패작 취급을 받던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이제는 '대세'로 떠올랐다. 이는 이커머스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거나, 장기적인 비전을 인정 받지 못한 롯데·신세계 등 유통공룡들에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베이코리아는 딱 이 시기에 매물로 등장했다. 최적의 매각 타이밍이다. 사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서 네이버와 쿠팡이 양분한 이커머스 시장의 헤게모니를 대기업들이 탈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신세계, SK텔레콤과 대형 사모펀드(PEF)까지 참여한 경쟁입찰 구도가 마련됐다.
이커머스 사업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하는, 아니면 적어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급하게 이베이를 들여다봐야하는 경영진들의 ‘다급함’ 또는 ‘조바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일단은 롯데나 신세계가 그려낸 미래 전략이 뚜렷하지 않거나, 이제까지의 결과물이 마땅치 않으니 “일단 이베이라도 인수해 보자” 식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5조원 혹은 그 이상이 거론되는 대형 거래를 앞두고 경쟁사 수장들이 공공연하게 "사고 싶다", "관심이 많다"라고 밝히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연출됐다. 당장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유통BU장, 부회장)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고 밝히자, 이튿날 열린 이마트 주총에선 강희석 대표이사가 “이베이 인수와 관련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선언했다.
사실 경쟁입찰에서는 실제 인수의지가 높아도 대외적으로는 이를 숨기는 것이 기본전략으로 꼽힌다. 매각자 우위의 상황을 피하고 가격을 깎으려면 경쟁열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도 암암리에 인수전략을 마련해 최종 입찰에서만 최고가를 써내는 전략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이다.
분명한 것은 결국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인수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이다. 따져보면 현재 롯데나 신세계가 처한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해결할 경우, 일단은 대대적으로 출사표를 공개한 전문경영인(CEO)들의 큰 치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들여야 할 비용이다.
‘매몰비용’인 최초 인수비용을 차치하고 앞으로 쏟아부어야 하는 자금이 관건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은 상위 몇몇 업체의 수익성이 극대화하는 반면, 나머지 업체들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할 수밖에 없는 경쟁 체제로 변모해가고 있다”며 “현재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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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체들의 가장 큰 화두는 캐시카우 시장으로 부상하는 동남아권 진출, 경쟁관계에 놓인 업체들로부터 자사의 고급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룹사의 경우 각 계열사에 흩어진 온라인 사업부를 하나로 묶어 통합의 시너지를 내는 작업도 중요한 현안이다.
사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해외시장, 특히 동남아 시장의 진출은 상당히 더딘편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라자다(Lazada), 동남아 3대 이커머스 업체로 성장한 쇼피(Shopee), 싱가포르 1위 사업자 큐텐(Qoo10)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현재 한국시장에도 진출해 역직구 시장 영역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기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에 잠재적인 위협이다. 마찬가지로 동남아 시장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일부 기업들은 시장 진출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국내 몇몇 이커머스 기업들이 영문과 중문 사이트를 개설하고 국내 셀러들의 해외 판매를 지원하는 형식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국내 셀러들을 지원하는 수준일 뿐 현지화 전략은 아니다.
G마켓과 옥션, G9는 이베이의 테두리를 벗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각 회사별로 이베이의 배송망을 활용한 해외배송 서비스가 갖춰져 있다. 다만 매각작업이 끝난 이후부턴 이베이의 지원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수업체는 해외 사업 확장은 물론, 각 그룹만의 새로운 배송 체계를 구상해 접목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국내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 불가피 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이베이에서 꾸준한 투자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번 인수전에 대형 글로벌 PEF들이 참여하지 않은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의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온’을 통해,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각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몰을 일원화했다.
양사가 이베이를 인수한 이후 플랫폼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별도의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해서 ‘1+1=2’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 플랫폼 통합을 위해선 막대한 자금과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이커머스 통합 법인인 롯데온의 안착을 위해 3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으나 현재까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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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의 그늘을 벗어나는 G마켓과 옥션, G9 등의 마케팅 비용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와 쿠팡이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결국 각각의 플랫폼들이 점유율(M/S) 유지를 위해 각각의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별도의 플랫폼, 통합 플랫폼 중 어떠한 전략을 취하든 간에 시장지위 유지를 위한 막대한 비용이 꾸준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모든 후보자들에 공통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 크로스보더의 M&A 성과가 많지 않은 롯데와 신세계의 경우, 인력 관리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세계 각 국가에 사업영역을 확장한 이베이의 특성상 중요한 의사결정, 투자유치 등은 뉴욕 본사 또는 각 지역 헤드쿼터에서 이뤄진다. 이베이코리아가 매각된 이후 재무·인사·전략 부문에서 활약한 핵심 인력이 롯데, 신세계 등에 잔존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국내 대형 PEF 한 대표급 관계자는 “크로스보더 거래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피인수 회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과 시스템에 잘 적응된 핵심 인력들 상당수 이탈한다는 점이다”며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문화의 중간에 위치한 이베이의 인력들을 어떻게 잘 흡수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이베이 매각은 이커머스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그룹사들의 온라인 사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베이 인수가 결국 ‘기존 이커머스 사업이 사실상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란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결과가 어찌됐건 이베이 인수는 전문경영인의 치적임과 동시에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수년 후 받게될 평가 또한 오롯이 회장이 짊어져야 할 책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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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4일 18:1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