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기업가치 뛰면서 매각 머뭇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 금융사도 관심
경찰수사 결과 빗썸 매각에 영향 미칠 듯
매각 성사되면 디지털자산 관련 M&A 줄 이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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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매각 무산으로 여겨졌던 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 매각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더불어 반전됐다. 빗썸의 기업가치는 매각 시작전보다 4배 이상 오른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후보가 넥슨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복수의 후보가 수면 아래서 빗썸과 접촉하며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분위기다.
빗썸 매각이 향후 디지털자산 관련 업체들의 M&A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일부 인수후보들이 빗썸 인수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면으로 드러난 유력 인수후보는 넥슨이다. 지난해 8월 빗썸 매각이 알려진 이후부터 넥슨은 빗썸과 접촉하며 인수 여부를 타진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일한 인수 후보이다 보니 가격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복수의 인수 후보가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도 인수후로 거론됐지만 회사는 "빗썸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를 공식부인했다.
매각주관은 삼정KPMG가 맡고 있지만 인수후보와 직접 접촉하는 것은 회사측으로 전해진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게임사, 국내 금융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복수의 인수후보들이 빗썸 측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빗썸 매각이 추진 된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매각 추진 당시만 하더라도 1 비트코인(1BTC)의 가격은 1000만원선으로 거래량도 많지 않았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재는 1 BTC의 가격이 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 가격과 거래량 상승은 빗썸 매각에 즉각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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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때까지만 하더라도 빗썸의 기업가치는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빗썸의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서 주주들의 이해관계 충돌이 있었고, 경영진 인사이동이 잦았다. 해킹 등의 사고로 고객관리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만 하더라도 높은 현금창출력에도 상각전이익(EBITDA) 멀티플이 4배 수준 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빗썸 매각이 나온 이유도 창업자인 이정훈 의장의 개인적인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 의장과 일부 관계자가 사기 및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등으로 향후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동 등에 관한 법률) 도입 시 문제가 될 것으로 여겨 빗썸 매각에 나섰다는 시각이 강하다”라며 “이런 문제 때문에 빗썸 매각 초기 지분가치가 크게 낮게 평가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대주주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유일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넥슨 말고도 다른 인수후보들이 거래에 참여하면서 몸값이 뛰었다. 그간 매각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넥슨 말고는 뚜렷한 인수후보가 나타지 않아 가격 줄다리기만 길어진 탓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빗썸의 기업가치로 2조원이 거론되는 수준이다. 최근 경쟁사인 '업비트'의 구주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기업가치 기준 2조에서 2조5000억원 선에서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인수후보들도 이를 고려해 빗썸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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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또다른 불안요소 였던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문제도 처리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특금법에는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자격요건을 갖춰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을 신고하도록 요구한다.
디지털자산 사업자는 ISMS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개설 등 등록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빗썸은 이 요건을 갖춰 사업 자격요건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 의장 개인문제로 ISMS 인증이 힘들 것이란 것 때문에 매각에 나섰지만 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의장은 빗썸 매각을 서두르진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의장과 관련한 모든 의혹이 해소된 점이 아니란 점이 매각 불씨가 살아있는 이유다.
이 의장 관련 수사에 경찰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 의장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FIU 사업 신고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이로 인해 빗썸의 디지털 거래소 등록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런 이유로 매각이 진행된다면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의장으로선 매각의 끈을놓을 수 없는 이유다. 넥슨이 ‘진술과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빗썸 매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향후 디지털자산 관련 업체들의 M&A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주 넥슨 회장이 2017년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한 이후로 이렇다할 디지털자산 업체의 M&A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실체가 없는 자산’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빗썸이 대형 업체나 금융기관에 인수된다면 관련 M&A 줄이을 것으로 보인다. 특금법 도입과 더불어 거래가 투명해진데다 대형 업체까지 해당 사업에 나선다면 ‘음지의 사업’이란 인식에도 큰 변화가 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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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4일 16: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