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재선임
ISS 이사 선임 무더기 반대에도 재선임안 모두 통과
4대 금융지주 우호지분 확보한데다
소액주주들 관심도 높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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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의 금융지주 이사 선임 반대 의견은 모두 '맹탕'으로 끝났다. 지난해엔 국민연금이 힘을 보태며 이슈라도 됐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4대 금융지주 모두 든든한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전략적 장기 투자 해외 주주는 줄어들었고, 소액주주들의 관심도 크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25일 신한금융지주, 26일 KB·하나·우리금융지주가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만료된 사외이사 대부분이 재선임 되었다. 연임 논란이 일었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안건도 통과되면서 금융지주들이 제시한 안건이 사실상 모두 통과됐다.
이번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그나마 관심을 끈 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었다.
미국의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이들의 이사선임을 무더기 반대 권고하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장 먼저 주총을 연 신한금융부터 그랬다. ISS가 강력한 반대 권고를 냈지만, 받아 들여진 것은 없었다.
주총에 앞서 ISS는 진옥동 행장과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이윤재, 최경록, 허용학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채용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이사회에서 해임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다. 진 행장에 대해선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은 것과 관련해서 자질과 리스크 관리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아무 문제 없이 재선임됐다
ISS는 작년에는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ISS는 ‘한국 의결권 지침서’에 따라 CEO가 민형사상 법률 문제에 얽혀 있으면 원칙적으로 반대하게 되어 있다. 신한금융 조 회장이 채용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아 연임을 반대했다. 당시 국민연금까지도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연임에 빨간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조 회장 연임으로 끝났었다.
우리금융도 마찬가지다.
26일 열린 우리금융 주총에서 이원덕 사내이사 선임안, 노성태·박상용·전지평·장동우 사외이사 선임안,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정찬형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우리금융은 사외이사 6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들 5명 모두 교체 없이 그대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ISS는 국민연금,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과 함께이들에 대한 선임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지난해에는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지만 이 역시도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ISS가 이처럼 금융지주의 이사 선임에 매년 반대의사를 펼치지만 그닥 효력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그만큼 이들이 철저하게 대비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이 채용비리에 이어 사모펀드 사태까지 금융당국과 날을 세우는 일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CEO 관련 징계도 늘어나고 있다. 비단 징계 절차뿐 아니라 주주총회에서도 이들 CEO가 연임하는데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이들은 한편으론 감독당국과의 제재심을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를 초빙하고 있다.
일례로 조용병 회장이 취임할 당시 신한금융에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한 주주는 재일동포 주주를 제외하고는 국민연금, 블랙록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사모펀드들이 대거 주주로 초빙되면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주주들이 크게늘었다. 사모펀드인 어피너티, 베어링PEA, IMM PE가 각각 4% 수준의 신한금융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당장 회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연금이 조용병 회장 연임에 반대하면서 홍역을 겪은 적이 있다”라며 “이후 사모펀드들이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진 주주로 초빙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금융지주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다. 감독당국과 마찰이 커지면서 금융지주가 펼 수 있는 주주친화 정책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주주들이 목소리를 낸다 한들 별반 바뀔 게 없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지주를 떠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줄다 보니 금융지주 주총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라며 “거기에다 우호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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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