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뒷걸음질, 이커머스 목표의 7%에 불과
이커머스 구원투수 나선 강희태 부회장
“이베이 충분히 관심” 이례적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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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이커머스 부문을 강화하겠다며 출범한 통합 플랫폼 롯데ON(이하 롯데온)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 쇼핑몰 통합작업에 쏟아부은 자금만 3조원, 그러나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이커머스 사업부장은 1년을 못채우고 경질됐고, 강희태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이 직접 나섰다.
자체적인 사업전략만으론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 네이버와 쿠팡이 헤게모니를 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G9)가 매물로 등장했다.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되는 규모, 앞으로도 수천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투입돼야하는 이머커스 시장의 특성상, 롯데·신세계·SKT(11번가) 등 굵직한 전략적투자자(FI)와 국내 최대규모 사모펀드(PEF)운용사만이 관심을 나타냈다.
올해 초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다"라며 신동빈 회장의 질타를 받은 롯데쇼핑은 올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조영제 전무에 이어 이커머스 사업을 직접 지휘하게된 전문경영인(CEO) 강희태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드라마틱한 온라인 사업의 반전, 시장 점유율 1위로 급부상할 수 있는 이베이 인수는 강희태 부회장에게는 '마지막 동아줄'로 평가 받는다. 적어도 전문경영인의 단기적인 성과로만 좁혀본다면, 앞으로 수 년간 통합과 시너지 전략에 집중하며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강희태 부회장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이베이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또 하나의 주요한 인수 후보인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이 “(이베이 인수에 대한)의지가 얼마인지는 전략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한 것과는 명확한 대조를 이뤘다.
사실 이 같은 규모의 M&A에서 인수자측 핵심 임원이 적극적 의사를 내비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강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이베이 인수전의 열기는 한층 고조했고, 다소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던 5조원의 인수가도 바이어(인수자)들의 경쟁이 불 붙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로 여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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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롯데쇼핑의 실적, 특히 이커머스 사업의 실적만 보면 상당히 다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하이마트·롭스 등 롯데그룹 내 7개 유통 사이트를 통합해 신규 쇼핑몰인 롯데온을 론칭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의 목표는 2022년 흑자전환, 2023년 매출 20조원 달성이다.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의 실적은 매출 총 1379억원, 영업손실 948억원이다. 적자폭은 매년 늘어난다. 이베이의 지난해 매출액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800억원 수준이다. 이베이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커머스 사업부의 목표치에는 한참 못미칠 전망이지만, 업계 1위를 유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면 ‘롯데그룹이 유통업계 전통의 강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소기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이베이 인수에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예단하기 이르지만, 이커머스 사업의 부진이 지속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해결책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M&A를 마지막 돌파구로 여길 수 있다”며 “다만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붓고 추가적인 자금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다”고 했다.
롯데쇼핑의 확장 의지는 최근의 M&A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중고나라 인수에 SI로 참여해 300억원을 출자했고, 현재는 온라인 패션플랫폼 W컨셉의 주요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정도 수준의 사업확장만으론 5%에 불과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M&A 과정에서 구심점이 될 카운터파티 역할을 맡는 핵심 인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롯데그룹의 약점으로 꼽힌다.
그룹의 2인자로 꼽히며 대형 거래를 도맡은 황각규 전 부회장은 퇴진했다. 그 자리는 깜짝 인사로 발탁된 이동우 대표가 대신한다. 이 대표는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정책본부에 근무한 이력도 없을뿐더러 그룹 내 이렇다 할 핵심 인사로 부각된 전례도 없다.
그룹의 중추역할을 할 인사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BU를 중심으로 한 각 계열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형 M&A 과정에서 책임지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인사가 부족하다 보니 비교적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인사가 M&A 전면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난다. 최근 크고 작은 M&A 과정에서는 서승욱 롯데지주 상무 정도가 가장 눈에 띄는 임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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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의 인수로 어수선한 이커머스 사업의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롯데쇼핑의 현금성 자산은 2조원 남짓, FI와 손잡고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다는 점을 가정해도 상당한 지출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10%포인트 상승한 192.9%이다. 이미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롯데쇼핑은 점포매각, 자산유동화,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재무구조개선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이베이 인수전의 승자가 된다하더라도, 당장의 가시화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전문경영인의 조바심,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이커머스 사업부의 다급함 등을 떠나 신동빈 회장의 투자 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 이베이를 인수해 그룹의 명운(命運)을 걸고, 신흥 유통 강자들과 대항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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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