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중간지주사 전환 방안은 여전히 논란
이베이 인수, 웨이브 투자 등 수조원 대 자금소요
계열사 순차적 IPO…업황 불황에 ‘순항’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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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투자 시계가 빨라졌다. 지난해부터 자회사들의 지분정리 작업에 돌입한 SK텔레콤은 올해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한다. 이에 앞서, 많게는 5조원가량의 투자금이 예상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OTT 플랫폼 웨이브의 콘텐츠 강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대규모 투자와 맞물려 자금 마련도 한창이다. 올해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 SK브로드밴드, 웨이브, 11번가 등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가 향후 수년 간 잇따른다. 이제부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그려 놓은 청사진을 하나하나 구체화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일 그리고 오너와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를 합치하는 것 등 풀어내야 할 숙제도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주주총회를 통해 지배구조개편을 공식화했다. 박 사장은 “SKT의 시가총액이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지배구조)개편을 해야한다”며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CEO의 책무인 만큼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했다.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시기’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그룹 내 지분구조를 단순화 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활발한 투자를 가능하게끔 하겠단 것이 표면적 이유다. 현실적인 목적은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SK하이닉스를 지배구조상 위치를 끌어올려 유동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와 별개로 SK텔레콤의 주력사업인 이동통신사업(MNO)의 가치를 오롯이 인정받아 전반적인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중간지주회사 전환의 목표중 하나다.
SK텔레콤의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상반기 내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을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올해까지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돼야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10%를 더 매입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분 10%는 현재 시가기준 약 9조~10조원이다. 물적분할 또는 인적분할에 이어 이어질 계열사 합병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여전히 논의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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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주력 사업인 MNO 사업 외에 비통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 유통 M&A 시장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이베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가액은 약 5조원이다. 물론 인수전의 열기가 끝까지 이어지느냐 여부에 따라 인수가가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이 수 조원대에 달하는 투자금을 감내할 의지가 있는지, 이를 통해 한 때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이커머스사업(11번가)을 그룹의 주축으로 성장시킬만한 전략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박 사장이 밝힌 대로 이베이 경영권의 향방은 SK텔레콤 포트폴리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베이를 인수하든, 중도에 하차하든 이커머스 사업부의 생존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SK텔레콤이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콘텐츠 웨이브를 통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이다. 해당 사업 역시 경쟁 강도가 상당하다.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5500억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은 2024년까지 4000억원을, 카카오TV와 KT는 2023년까지 각각 3000억원, 4000억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OTT 공룡으로 꼽히는 디즈니 또한 올 하반기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SK텔레콤은 OTT 플랫폼 법인인 콘텐츠웨이브에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콘텐츠웨이브는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를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브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일단 SK텔레콤의 유상증자 자금, 콘텐츠 수익의 재투자 및 추가 투자유치를 통해 1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웨이브가 원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 받기 위해선 기존 콘텐츠 공룡들에 맞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디즈니를 비롯해 국내 OTT 사업자들과의 경쟁 강도가 점점 세지는 상황에서 상위 몇몇 업체에 시청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웨이브가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수년 내 기업공개를 진행하기 위해선 일단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OTT 등 현재까지 비주력이던 사업에 투자를 계획하는 동시에 기존 자회사들의 상장을통한 자금마련도 하나 둘 추진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및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목적이기도 하다. 그룹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상장 등을 통해 이미 SK그룹주에 대한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 이 같은 열기를 원스토어와 ADT캡스 등 자회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또한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최근 실적이 눈에 띄게 향상된 원스토어는 업계 1위 구글(플레이스토어)과의 경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인앱결제 방지법 등 국회에서 논의중인 법안 또한 원스토어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다.
ADT캡스는 지난해 SK인포섹과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 한 효과를 누렸으나 기업가치는 과거 투자금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보안 업계 점유율 과반이 넘는 에스원의 시가총액은 3조원 수준,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 당시 금액과 유사하다. 주주간 계약에 의한 IPO 기한은 앞으로 2년가량 남아있지만 그 동안 시장 점유율과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만 IPO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만 비쳐본다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앞둔 박정호 사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일단 각각의 비통신 사업부들이 경쟁 강도를 견디면서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버겁다. 각 사업부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대형 1위 사업자들의 성장세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간지주회사로의 전환, 순차적인 자회사 기업공개, 각 사업부의 수익 창출과 재투자가 균형 있게 연결고리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사업 전선이 넓은 SK텔레콤의 위기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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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9일 15:1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