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쟁 포화에 "차별화된 경쟁력 갖추긴 쉽지 않아"
디즈니+와의 협력은 발 빼.. 자체 글로벌 진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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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SKT)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WAVVE)’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1조원을 투자한다. OTT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SKT가 ‘비통신 강화’의 핵심으로 콘텐츠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콘텐츠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웨이브가 향후 어떤 전략을 앞세워 외부 투자 등 재원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T는 25일 이사회에서 투자 확대를 위한 1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조원의 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기존 자금과 향후 추가 투자 유치, 콘텐츠 수익의 재투자 등을 이용할 계획이다.
웨이브 측은 콘텐츠 전문성 강화를 위해 ‘콘텐츠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상반기 내로, 방송사나 제작사 등 협력사들과 조율하고 콘텐츠 투자를 결정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할 기획 스튜디오를 설립할 계획이다. 기획 스튜디오는 CCO가 합류하고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 정리되면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웨이브가 콘텐츠 제작에 투자 확대를 예고한 데에는 국내 콘텐츠 시장 경쟁이 본격화한 점이 배경이다. 특히 ‘비통신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SKT가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콘텐츠 사업 확대가 필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정호 SKT 사장은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원스토어 다음으로 ADT캡스, 웨이브 순으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다른 OTT들 또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OTT시장 1위 넷플릭스는 올해만 한국에서 ‘K콘텐츠’ 제작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통신 경쟁사인 KT도 그룹 내 콘텐츠 컨트롤타워인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은 네이버와 손을 잡고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KT가 발표한 투자 계획은 국내 OTT 중에선 타 경쟁사들 중 최대 규모다. 다만 웨이브의 경쟁력을 앞세운 재원 마련은 지켜봐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웨이브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700억원을 투입해 ‘앨리스’, ‘SF8’, ‘좀비탐정’, ‘조선로코 녹두전’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 총 16편을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진 못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인 SKT가 콘텐츠 강화를 내거는 건 중요한 전략이긴 하지만, 재무적으로는 또 다른 이슈이다 보니 외부 투자자 유치 등 1조원 이상의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무 계획에 대해 웨이브 관계자는 “SKT의 1000억원 유상증자에 더해 외부투자 유치를 협의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진행될 지 정해진 바는 없다. 현재 투자 협의 대상을 밝히긴 어렵고 구체화되면 공개할 예정”이라며 “올해까지는 기존 투자 계획 3000억원 규모에서 진행을 하고, 기획 스튜디오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작품 라인업 등이 나오면 이후에 컨텐츠 수익금 재투자 등을 포함해서 연말쯤 예산 편성을 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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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웨이브 자체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단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진 바는 없고, 현지 방송사나 OTT, 통신사 등과 제휴하는 등 다양한 방안으로 단계적으로 진출할 것이란 입장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해외 현지 소싱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우선은 작품 라인업이 생성이 되면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해 갈지 등을 연내 검토할 예정이다.
자체 글로벌 확장 계획을 밝힌 만큼 SKT는 국내 상륙이 임박한 디즈니플러스와의 파트너십 유치전에서는 한 발 뺀 상황이다. 박정호 사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디즈니는 웨이브를 경쟁자로 보고 있다”며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는 KT, LG유플러스 등 타 통신사들이 막판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미국 출시 이후 1년 4개월 만에 전세계 유료 가입자가 1억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가 유료 가입자 1억명을 확보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디즈니플러스의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는 월트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시리즈 등 오리지널 시리즈만 8000편에 달하는 압도적인 콘텐츠 파워가 꼽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이 워낙 파워가 세기 때문에 KT처럼 작품을 제작하되 디즈니랑 공동 플랫폼 추진하는 등 글로벌 회사와 적극 협력을 통한 멀티플랫폼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차라리 날 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웨이브’만을 위한 콘텐츠 공급을 한다면 경쟁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플랫폼 활성화는 좋지만 현재로서는 국내에선 웨이브, 티빙, 시즌 등 각자 플랫폼들이 비슷해서 스튜디오들도 어떤 플랫폼에 집중할 지 애매한 상황인데, 경쟁력있는 플랫폼을 집중해서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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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9일 16: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