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놓고 내홍 지속...직원들은 성과금 불만 부글부글
권 사장은 가전 실적 내세우며 그룹 내 '톱'수준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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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사내 문제로 시끄럽다. 회사의 일방적인 스마트폰 사업 철수부터 직원들은 처우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런 상황인데도 회사를 이끄는 수장인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톱’ 수준의 연봉을 지난해 받아갔다. 가전 부문에 대한 성과는 인정하지만 스마트폰 사업 철수,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에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LG전자 주주총회에 이목이 집중됐다.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었다. 주요 임원 중에서는 배두용 최고재무책임자(CFO)만 출석하고, 권봉석 LG전자 사장과 이연모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나오질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매각보다는 다른 사업부에 흡수통합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수자를 찾기도 힘들뿐더라 지적재산권(IP) 문제가 다른 사업부와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무작정 철수만이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IP 공유차원에서라도 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 스마트폰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각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서 힘들 상황”이라며 “IP 보존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업부에 흡수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핵심 사업부의 존폐가 걸린 일이지만 이런 문제에서 직원들은 소외되어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도 사내에 여러 말들이 돌면서다. TF가 꾸려지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 사업부를 없앤다는 이야기가 돌자 그제서야 경영진이 급한 불을 끄기위해서 스마트폰 사업 정리를 공식 발표했다.
해당 건에 대해 한 LG전자 임원은 “구광모 회장이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라며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 사업 정리 소식을 알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단 이 건만이 아니다. 직원들은 임금 등 처우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LG전자는 9%라는 역대급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얼핏보면 직원들 모두 만족할 거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직원들은 불투명한 성과급, 깜깜이식 노사간 협상 그리고 대기업 군에서도 낮은 수준의 처우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한다.
이런 화살은 고스란히 권봉석 사장에게 날아가고 있다.
권 사장은 LG전자로 입사해 MC상품기획그룹장으로 전략 스마트폰 ‘G시리즈’와 스마트워치 ‘G워치’ 초기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지주사에서 시너지팀장을 맡다가 다시 LG전자로 돌아와 가전사업부와 스마트폰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2019년부터 CEO로서 LG전자를 이끌고 있다.
가전에서 성과를 앞세워 권 사장은 그룹 내에서 지난해 18억원 상당의 연봉을 받았다. 그룹 내에선 구광모 회장, 권영수 부회장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연봉이다. “스마트폰 철수 안하겠다”고 외치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퇴직하면서 퇴직금 포함 62억원의 연봉을 지난해 받아갔다.
이를 두고 스마트폰 사업 정리에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 이제와선 잘나가는 가전사업을 앞세워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 정리로 상당수 직원들의 일자리가 불확실해지고,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과 대비되면서 경영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철수와 관련한 의사결정의 책임자는 결국 권봉석 사장이다”라며 “빠르게 의사결정해서 매각에 나섰더라면 이렇게까지 잡음이 크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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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30일 16: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