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발행 CB 전환권 행사 이어져…산은도 3000억 CB 보유
산은, 만기 상환 받자니 이익 날릴 수 있고 HMM에도 부담
주식 전환 시 주가 상승세에 영향…M&A 추진도 부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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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옛 현대상선)의 주가가 연일 상승하며 산업은행이 HMM 전환사채(CB)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빠졌다. 만기에 상환을 받자니 이익 실현 기회를 날리게 되는 데다, 아직 HMM에 재무 부담을 지우기에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반대로 전환권을 행사해 이익 실현에 나서자니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환 주식을 계속 보유하자니 향후 산업은행이 매물로 내놓을 HMM의 덩치가 너무 커진다는 점이 부담이다.
작년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시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당분간 이런 기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HMM이 수혜를 봤는데 작년 2분기 21분기만에, 연간으로는 10년만에 흑자전환했다. 작년 매출 6조2239억원, 영업이익 9559억원을 기록했다. HMM 주가도 이에 반응했다. 작년 초엔 2000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잠시 3만원을 찍었다. 지난 24일 시가총액은 9조6000억원을 넘었고, 코스피 3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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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급등하다보니 CB 투자자들은 전환권을 행사해 HMM 주식을 받아갔다. 작년 12월 2400억원 규모로 발행한 199회 CB는 1월부터 전환 청구가 이어졌는데, 25일 기준 잔액은 400억원가량만 남아 있다. HMM은 내달 8일까지 남아 있는 금액에 대해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산업은행도 CB 처리 방안을 두고 고심할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6년 3000억원 규모 HMM 사모 CB를 인수했다. CB 만기는 오는 6월인데 그 전까지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만기 상환을 택한다면 원금에 약간의 이자를 더한 금액만 일시에 받으면 된다. HMM엔 상환 부담이 생긴다. 이제 겨우 1년 흑자를 냈을 뿐이라 과거의 부진을 만회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눈에 보이는 성과에 비해 실질 재무여력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해운업 재건에 힘을 쏟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HMM의 살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은 주당 6269원에 HMM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있다. 최근 주가는 그보다 몇 배나 뛰었다. 전환으로 받을 주식에 최근 주가를 단순 대입하면 차액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HMM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산업은행이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전환권을 행사하더라도 부담은 남는다. 산업은행이 전환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실현하기 시작하면 주가 상승세가 꺽일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발 물량이 어느 정도 소진될 때까지 오버행 이슈가 이어질 수 있다.
전환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도 신경쓸 부분이 있다. 지금 산업은행이 가진 HMM 지분(작년말 지분율 12.61%) 시가만 해도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산업은행은 결국 HMM을 M&A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여기에 대규모 전환 주식까지 얹어지면 덩치가 너무 커진다. 포스코 등이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데, 누구든 주기를 타는 해운사에 조단위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해양진흥공사(4.27%), 신용보증기금(7.51%)도 HMM 주주로 있다.
경영진의 역량도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재훈 HMM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는데 임기는 1년이다. 어느 정도 공로를 인정받긴 했지만 산업은행의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한 것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회사의 성과는 정부의 대형 컨테이너선 지원 덕을 본 면이 컸기 때문이다. 전임 유창근 사장은 중도 사임하긴 했지만 연임 시 3년 임기를 부여받은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CB 전환권 행사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HMM 관계자는 “전환권 행사는 산업은행이 결정할 문제로 별도로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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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