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점유율 가진 카카오모빌리티도 적자
PEF 투자 나섰지만 별다른 회수 조건도 없는 듯
말 그대로 "꿈에 투자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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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SKT)이 그리는 모빌리티 혁신의 윤곽이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우버와의 단순 택시 합작을 넘어서 모빌리티 전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기반으로 투자자 물색도 마무리했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꿈 같은 스토리’라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택시라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있는 상황에서 SKT가 제시하는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는 비판이다.
SKT는 이달 티맵모빌리티 상장전투자에 사모펀드(PEF)인 어펄마 캐피탈과와 이스트브릿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어펄마는 옛 SC PE가 분리된 회사이고, 이스트브릿지는 임정강 대표 및 옛 골드만삭스 대표 재직시절 SK그룹 거래를 자주 맡아온 최동석 대표가 있는 회사다.
SKT는 티맵모빌리티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하고, 이들 회사로부터 3000억원을 유치하기로 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작년말 SKT의 모빌리티사업이 분할돼 신설됐다.
투자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되며 SKT가 그리는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청사진도 나오고 있다. 우선 투자자들에게는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성 ▲업계 1위 네비게이션 플랫폼 ▲우버와의 파트너십 ▲ SK그룹사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내세웠다.
모빌리티 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지는데 한 축이 티맵모빌리티가 진행하는 '올인원(All-in-one)'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이다. 나머지 한축이 우버와 합작하는 택시사업이다. SKT는 다음달 1일에는 우버와의 합작법인인 ‘우티(UT)’를 출범시킨다. 우버는 우티에 1억 달러를, 티맵모빌리티엔 5000만달러를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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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원(All-in-one)'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은 말 그대로 모든 이동수단을 아우르는 서비스다. 티맵은 기존 무료 네비게이션 제공 서비스에서 주유권, 세차 할인권 등을 결합한 유료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을 시도한다. 또한 B2B 비즈니스로 차량용 네비게이션 사업, 대리운전 서비스를 내놓고 대중교통 구독형 서비스까지도 출시하겠다는 생각이다.
우버와의 택시 합작법인은 티맵이 갖고 있는 데이터와 우버의 알고리즘을 통합하고 SKT가 마케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다만 청사진에도 불구, 2023년 흑자전환을 하고 2025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81억원에 도달한다는 계획이 현실성 있냐는 질문이 나온다. 티맵 유료화가 어느정도 가능할지 불분명하고, 우버와의 택시 합작법인은 업계 내 압도적인 카카오택시와의 경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국내 차량 호출 시장 점유율 80%로, 2위인 티맵택시(20%미만)보다 4배나 높다. 그럼에도 내리 4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우버와의 합작법인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티맵모빌리티의 경우 불과 3년만에 흑자전환하고, 1000억원 규모의 EBITDA를 내겠다는 포부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비록 투자유치에 몇몇 사모펀드들이 뛰어들었지만 이들이 받은 조건도 매우 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비상장기업 투자는 상장과 콜&드래그(Call option & Drag along) 조건이 더해진다. 즉 일정 기한 안에 약정한 가치로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공동매각권(Drag along)을 활용해 최대주주 지분까지 매각한다. 최대주주는 그에 대응해 일정 수익률을 더해주고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 지분을 사온다.
그러나 티맵모빌리티의 경우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만약 투자자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상황이 되더라도, SKT가 콜옵션을 포기하면 투자자는 티맵모빌리티 시장 가치에 따라 회수 성적표가 결정된다.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100% 지분을 모두 팔았는데, 3000억원도 못 받는다면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에 여러 투자자들이 보다 강한 투자 회수 장치를 SKT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보통주 투자로 풋옵션 등의 회수 장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KT가 그리는 비전이 이뤄지길 바라며 향후 IPO 대박을 쫓아 투자해야 하는 사실상 ‘묻지마’ 투자란 평가도 나온다. 애초에 SK텔레콤이 기업1조원을 못박고 시작한 거래다보니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SKT니깐 믿고 투자해라라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펀드 소진 차원에서 달려드는 사모펀드들 말고는 그렇게 관심이 높지 않았던 이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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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