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변동성에 기업들 조기 유동성 확보 움직임
LG화학·현대차·SK, ESG채권 발행도 '큰 손'
KB·NH, 주관 1·2위로 출발…키움 7위로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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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열기가 뜨겁다. 연초 금리가 저점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금리 변동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대규모 ‘곳간 쌓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이 화제가 되면서 대기업을 선두로 너도나도 발행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다만 3월 들어 급격히 높아진 금리 변동성이 1분기 이후 기업들의 조달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 신사업 투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유동성 확보가 계속되고 있다. 2월 LG화학은 국내 일반기업 최대 규모인 1조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4월에는 SK하이닉스도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추진 중인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 등 대규모 자금 유출이 예정돼 있는 만큼 연초부터 적극적인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등급 불확실성은 한 풀 꺾인 분위기다. 지난해 결산 실적이 우려만큼은 나쁘지 않았고, 백신 기대감 등 경기도 회복 국면에 들어갔단 평이 나오며 올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대거 등급 하향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산업별, 기업별 회복 속도가 다르다보니 지난해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담당 연구원은 “1분기는 발행시장 과열이 이어진 가운데 ESG채권의 급증,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은 네이버, 2차전지 회사들이 발행에 나선 점,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건설사 채권들이 올해 업황 전망이 좋아 고금리를 앞세워 리테일 쪽에서 소화가 잘 되고 있는 점 등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다만 3월 들어 미국 국고채 금리가 널뛰는 등 지표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1분기 이후 기업들의 조달 환경 예측이 어려워졌다. 한 대형증권사 DCM담당 임원은 “금리 등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하반기 발행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2분기 조기 발행을 많이 고민하기도 하고, 지금은 워낙 지표 변동성이 커서 장이 안정될 때까지 발행 일정을 미루는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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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채권 발행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연초부터 국내 ESG채권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월 기준 ESG채권 발행 규모가 약 7조7000억원에 이른다. 전달 대비해서 2조6000억원 급증한 수치다. 3월에도 기아자동차, KB증권, 롯데캐피탈, 세아제강, 현대중공업, 포스코건설, 미래에셋생명 등이 ESG채권을 발행한다. ESG채권 인증을 담당하는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재도 발행을 고려하는 기업들만 수십 곳에 이른다.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들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에 ESG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철강·자동차·중공업 등 탄소배출이 높고 수출 등 해외 영향이 큰 기업들 위주로 ESG채권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음식료 등 내수 위주인 기업들은 비교적 급하지 않다보니 적절한 프로젝트를 탐색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공모시장 ‘빅이슈어’인 대기업들은 앞다퉈 ESG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일반기업으로는 최대 규모(8200억원)로 ESG채권을 발행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5000억원), 현대자동차(4000억원), 기아자동차(3000억원) 등이 ESG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그룹차원에서 ‘ESG경영’을 힘주고 있는 SK그룹도 SK㈜(3200억원), SK렌터카(980억원), SK건설(3000억원) 등의 계열사가 연이어 ESG채권을 발행했다.
오랜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은 네이버도 화제였다. 네이버는 2월 말 국내에서 7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3월엔 5억달러 규모의 첫 외화채를 ESG채권으로 발행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채권 수요를 이끌어내면서 IT기업들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했다는 평이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가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카오는 4월 7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만기가 돌아온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건 아니어도 채권 평가 시 등급 상향 기대감도 있고 올해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 등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는 카카오(A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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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의 채권발행시장(DCM) 주관 순위에 큰 변동은 없었다. KB증권이 1위를 지켰고 NH투자증권이 2위를 이었다.ESG채권 시장에서도 KB증권, NH투자증권이 가장 적극적으로 ESG채권 주관에 나서고 있다.
SK증권은 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E&S, SK건설, SK가스 등 다수의 SK그룹 계열사의 채권 딜에 참여하면서 3위에 올랐다. 지난 분기에 이어 키움증권의 약진도 눈에 띈다. 키움증권은 롯데칠성음료, KB금융지주, 롯데건설, 한진칼, 두산인프라코어, HDC현대산업개발 등을 주관하며 7위에 올랐다.
네이버의 발행으로 한국물 시장 성장의 기대감이 오른 가운데, 그동안 글로벌 DCM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확장을 꾀하는 분위기다. 해외 신디케이션 조직, 국내외 채권 세일즈 기반을 갖추고 있는 초대형 IB 위주로 한국물 주관에 나서고 있다.
KB증권은 2월 한국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1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BNP파리바,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외 2곳의 글로벌IB와 함께 공동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KB증권이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해외채권 대표주관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3월 네이버의 첫 달러화채권 발행에서 모건스탠리와 함께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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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31일 09: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