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크래프톤 등 대어급 공모주 시장 예의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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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유동성 장세 지속으로 공모주 시장 호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어급 상장사들의 주가가 무너진 데 따라 긴장을 늦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SK IET, LG에너지솔루션 등 앞으로 상장 일정이 남은 기업들 역시 공모주 시장 분위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30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식자본시장(ECM)의 신규 기업공개(IPO) 전체 주관금액은 약 2조716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718억원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동성 장세에 발행사들이 상장 일정을 앞당긴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이 같은 공모주 시장 호황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 데뷔한 인기 종목들의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반면, 장외주식 가격은 치솟고 있는 탓이다.
최근 청약 열풍을 일으킨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직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한 이후 7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더니 시초가인 13만원선마저 무너졌다. 기관들의 의무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2일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도 주가 방어에 힘을 못 쓰고 있다. 상장 첫날 시초가(2만5000원) 대비 30% 넘게 하락하면서 상장 이틀 만에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하반기 상장을 앞둔 발행사들의 장외주식가격은 치솟고 있다. 만약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다면 공모 청약 투자자 외에 장외주식 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외가와 상장 직후 주가의 괴리감이 커지는 셈이다.
유통시장의 분위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2분기 이후 조정장을 점치고 있다. 올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거라던 달러화 역시 2월을 저점으로 강세로 돌아섰다. 일반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띄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며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SK바이오사이언스의 뒤를 이어 상장에 앞둔 대어급 발행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장외가를 충족할 만큼 공모주 시장의 흥행 분위기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에 따르면 현재 크래프톤 주가는 241만원에 육박한다. 지난 16일 190만원 후반 대에서 며칠 사이에 주가가 크게 뛰었다. 카카오뱅크 주가 역시 전날보다 2.47% 오른 8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때 11만원대에서 7만원 선으로 떨어졌다가, 현재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장외주식 가격이 치솟은 것은 최근 공모주 열풍 때문이다. 작년부터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이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뛰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따상(공모가의 두 배 가격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외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린 가운데 상장 이후 주가가 우상향 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 투자자의 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작년 말 사모펀드 TPG캐피털,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을 당시 기준으로 따져보면, 현재 기업가치는 약 1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약 2조원가량의 자본에 당시 도출된 주가순자산배수(PBR) 5배를 곱한 수치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평균 PBR인 0.5배 대비 10배 비싼 수준이다.
현재 장외주식 가격은 이 가치조차 뛰어넘고 있다. 작년을 제외하고 공모주 시장에서 '따상'은 이례적 현상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장외시장 분위기가 다소 과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흐름과 분위기를 많이 타는 공모주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어급 상장사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며 “당분간은 공모주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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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