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제치고…2달만에 '속전속결'
글로벌 톱 아티스트· 美네트워크 확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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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종합 엔터사인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 LLC) 인수를 깜짝 발표했다. 1조원 규모의 크로스보더 빅딜로 국내 엔터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거래는 하이브가 지난해 상장 이후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플랫폼' 강화의 일환이다. 하이브는 글로벌 톱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함과 동시에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삼성과 LG, SK그룹 등 대기업들의 해외 M&A 거래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구조를 단기간 내 만들어 냈다는 점은 상당히 눈에 띈다. 엔터업 특성, 또 오버행 이슈 등 시장의 관심이 높은 만큼 만큼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짜여진 딜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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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틱톡도 이타카에 관심…최종 인수자로 ‘하이브’ 낙점
하이브의 해외 레이블 인수는 예상된 바다. 상장 당시부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해외 레이블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왔고, 이에 따라 북미 혹은 일본의 레이블을 인수할 것으로 관측됐다. 때마침 미국 톱 레이블인 이타카홀딩스는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였다. 디즈니와 틱톡 등 글로벌 기업들도 연초 이타카홀딩스의 창업주인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했고, 하이브는 인수전에 뒤늦게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타카홀딩스는 음악 매니지먼트, 레코드 레이블, 퍼블리싱, 영화, TV쇼 등을 아우르는 미국의 종합 미디어 지주회사다. 산하에 SB Project, 빅머신 레이블(Big Machine Label Group)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SB Project에는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블랙아이드피스 등 글로벌 유명 팝스타 다수가 속해 있다. CL과 싸이의 미국 진출을 적극 추진한 레이블이기도 하다. 빅머신 레이블은 글로벌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를 발굴했다.
주요 경영 이슈에서 최종 결정은 방시혁 의장이 주관하지만,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외부에서 영입된 주위의 ‘참모’들이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브 경영을 관리하는 주요 임원들 대부분이 외부에서 오면서 1년 새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는 평도 나온다.
현재 하이브 경영 관리 부문은 박지원 대표(HQ CEO)가 총괄하고 있다. 이외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비롯해 박용한 투자전략실장이 투자전략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하이브에 합류하기 전에 넥슨 코리아 대표, 넥슨 재팬 글로벌 COO를 역임했다. 이재상 CSO는 구글, 현대자동차 등을 거쳤고 이경준 CFO는 회계사 출신으로 삼일회계법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에서 근무했다.
1조원 규모 크로스보더 딜인 만큼, 이번 거래에 미국 현지 톱급 로펌을 포함해 총 6곳이 법률 자문을 수행했다. 하이브측 자문 국내 로펌은 김앤장과 광장, 폴헤이팅스가 맡았다. 김앤장과 폴헤이팅스는 지난해 하이브 상장 당시 자문을 담당했고, 광장은 2019년 국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수퍼브 인수 자문을 맡았다. IB로는 JP모건, 유상증자는 NH투자증권이 주관했다. JP모건과 NH투자증권은 각각 지난해 대표 주관사로 하이브 상장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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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 인수, ‘美네트워크·플랫폼’ 투트랙 확장 핵심
이번 인수는 사실상 하이브의 약점으로 꼽혀 온 높은 BT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이브는 상장 이후 6개월간 네이버와 위버스 플랫폼 동맹(브이라이브 인수), YG Plus 2대 주주 투자, 유니버셜 뮤직과 2개의 JV(조인트벤처) 등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왔다. 발빠른 확장의 배경에는 BTS란 막강한 콘텐츠가 있을 때 빠르게 수익 다변화 기반을 다지려는 회사의 다급함이 엿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하이브는 엔터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 사업 쪽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하이브 매출액의 절반(49.6%)이 멀티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에서 나왔다.
글로벌 엔터 산업 중심인 북미에서 톱 티어인 레이블을 인수하면서 하이브는 음악 부문, 사업 부문 각각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네트워크를 업은 BTS를 앞세워 자사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 사업 글로벌화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음악 부문에서 글로벌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해 국내 아티스트와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음반제작과 매니지먼트 활동을 함께 해나가겠단 계획이다.
딜을 발표하기 앞서 하이브는 음악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등 레이블 사업부문을 단순 물적분할해 ‘빅히트 뮤직’을 신설했다. 공연, 굿즈 담당 자회사는 하이브가 흡수합병했다. 애초부터 방시혁 의장은 아티스트 육성 및 음악 레이블 부문과 이외 콘텐츠 제작과 유통, 굿즈 제작 및 라이선스, IP(지식재산권) 사업 등을 각각 분리해 성장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이브는 글로벌 아티스트들은 자사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에 입점시키고 미국 내에서의 IP 매출을 확대할 전망이다. 하이브 측은 공시를 통해 “미국 아티스트들의 간접참여형 매출은 매우 미비한 상황이며 특히 MD, A&R, 마케팅, 컨텐츠, 콘서트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각각의 외부 파트너를 통해 활동 중으로, 인수 후 당사의 사업플랫폼연계를 통해 신규 아티스트의 간접참여형 매출 확대 등 사업효율화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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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SK 등 대기업 크로스보더 빅딜 구조, 2달만에 완성
하이브는 미국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 이타카홀딩스가 해당 법인을 합병해 존속법인으로 남는 구조를 짰다. 사실상 역삼각합병과 유사한 구조로 국내 기업의 M&A에선 찾아보기 힘든 설계다.
이 같은 거래 구조를 만든데는 이타카홀딩스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독점사업권·상표권·제 3자의 동의가 없으면 양도할 수 없는 계약의 권리 등으로 인해 법인을 존속해야 할 필요성이 높을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타카홀딩스의 사업과 계약 일체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기업의 최대 규모 M&A로 기록된 삼성전자의 하만인터내셔널 인수다. 삼성전자의 100% 자회사인 미국법인은 하만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했고, 하만이 이를 흡수합병 하면서 삼성전자의 손자회사가 됐다. 하만 법인이 존속함에 따라 브랜드와 관련한 일체의 계약이 유지됐다. 고객이탈을 방지하고 계약이전 등의 복잡한 절차가 생략됐다. 2014년 LG화학의 미국 수처리 기업 NanoH2 인수, 2012년 SK하이닉스의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ND를 인수할 당시도 유사한 방식이 사용됐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내부 실무검토, 최종 의사결정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하이브가 IB 및 금융투자업계에서 M&A 전문 인력을 보강하면서 자체적인 실무 능력이 향상됐고, 외부 자문기관을 잘 활용하면서 신속하게 거래가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소요를 충당함과 동시에, 이타카의 소속 아티스트를 하이브의 주주로 맞아 성장 동력을 제시해 증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
하이브는 상장 직후 대주주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상한가에서 급락했고 오버행 이슈가 지속되면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 이달 최대주주를 포함한 상당수의 지분이 보호예수가 풀리면서 오버행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인수 발표를 통해 투자금융업계에선 하이브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조정했고, 하이브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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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6일 11: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