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동맹 맺은 카카오
업계 최초 유니콘 등극한 쏘카
그랩 상장에 기업가치 재평가
투자경쟁 가속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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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SK텔레콤(티맵모빌리티)과 카카오(카카오모빌리티), 쏘카(SOCAR) 등의 3파전 양상이다. 동남아 1위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Grab)의 미국 증시 입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랩의 증시 상장이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은 국내 시장에도 옮겨 붙었다.
구글과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의 각각 SK텔레콤과 카카오와 동맹을 맺고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쏘카는 업계 최초로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앞으론 각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이어진다. 높아진 몸값을 사업 성과로 증명하는 게 관건이다.
동남아시아 권역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현재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미국 증시 상장을 논의중이다.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400억달러(약 45조원), 우버의 경쟁사인 미국 리프트(Lyft) 시가총액(약 22조원)의 2배, 공유 오피스 유니콘인 위워크 기업가치 90억달러(약 10조원)의 4배를 뛰어넘는다. 그랩의 상장이 확정되면 미국 내 사상 최대규모의 스팩 합병으로 기록된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 성과도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약 3100억원, SK그룹은 810억원,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아시아그로쓰펀드를 통해 그랩에 약 1700억원을 투자했다. 그랩의 기업가치가 각 기업의 투자 시점보다 2~3배 이상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상장 이후 상당한 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그랩에 대한 투자 열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은 전세계 차량공유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2000억달러(약 226조원)에서 2040년 3조달러(약 3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100%가 넘는 성장률이다.
자율주행, 차량공유 시장으로의 변화는 이미 예견된 상황에서 비교적 모빌리티 기업의 규제가 덜한 동남아 지역, 그 중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그랩에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이 쏠렸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14억6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을 비롯해 지난 2019년까지 그랩이 투자받은 자금만 약 35조원에 달한다.
우버와 리프트 상장에 이어 그랩의 스팩 합병까지 예고하면서 모빌리티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5G서비스를 비롯해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정부의 규제, 정치권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을 시연하거나 차량공유 서비스 등을 제대로 선보이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르지만 전세계적인 모빌리티 투자 열풍에 국내 기업들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부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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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지난해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사해 티맵모빌리티를 설립했다. 티맵모빌리티는 국내 1위 네비게이션 서비스업체이다. 매일 7400만여건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1위 업체인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5000만달러(약 600억원)을 투자했다. 기업가치 약 8억달러(약 1조원)를 인정받았다. 최근엔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각각 2000억원씩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티맵모빌리티와 우버는 지난 1일 합작회사 우버는 합작회사 '우티 유한회사(UT LLC)'를 설립했다. 앞으론 우버택시와 티맵택시를 통합한 브랜드 론칭, 새로운 운임체계를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우버와 손을 잡고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과 동맹을 공고히했다. 구글로부터 유치한 투자규모는 565억원, 이를 고려한 기업가치는 약 3조4000억원이다. 구글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건 약 13년만의 일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17년 TPG로부터 투자 받을 당시 기업가치는 약 1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3년사이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서비스와의 플랫폼 시너지를 모색하고, 운영체제(OS)에 대한 통합적 협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구글이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해당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어질 것이란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모두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서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며 “차량공유 시장은 최상위 업체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을 잠식해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수년간 끊임 없는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타다를 운영중인 쏘카도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쏘카는 지난해 SG프라이빗에쿼티와 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이 됐다.
지난 8일부터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렌터카 기반의 승차 공유 서비스는 사실상 금지됐다. 차량공유 시장이 택시 중심의 승차 공유 플랫폼 시장으로 개편되면서 쏘카 또한 가맹 택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SK와 카카오, 쏘카의 경쟁은 앞으로 호출 서비스를 넘어 자율주행 시장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우버와 구글이 각 기업과 동맹을 맺고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 또한 자율주행 시장의 확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전국 4000개에 달하는 쏘카존을 통해 자율주행 빅데이터를 차곡차고 쌓아나가는 쏘카 또한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다.
각 모빌리티 기업들은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는 내년도 IPO를 계획중이다. 비슷한 시기 티맵모빌리티 또한 증시 입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랩의 스팩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모빌리티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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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