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와 경쟁?…국내 1위 문제
돈 쏠리는 만큼 리스크도 커…"쉬운 시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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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콘텐츠 투자는 정말 ‘생존을 위해’ 하는 겁니다. 기업들이 지금 때를 놓치면 이 시장에서 완전히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요”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
미디어 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 IT기업, 엔터사, 게임사까지 콘텐츠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IP(지적재산권) 활용 등 높은 미래 성장성을 가진 콘텐츠 시장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다.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판이 빠르게 바뀌면서 더 늦었다간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자리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은 전 세계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의 성장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1100억달러(125조원) 수준에 이른다. ‘대세’ 플레이어가 바뀌면서 기존의 콘텐츠 공급 공식도 깨졌다. 미국의 워너브라더스픽쳐스는 올해 공개하는 모든 자체 제작 영화를 계열 OTT인 HBO맥스에 동시 개봉하기로 했다. 지난해 디즈니는 2억달러(2200억원)를 들인 대작 영화 '뮬란'을 극장보다 자체 OTT인 디즈니플러스에 먼저 공개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플랫폼은 변하겠지만, 콘텐츠의 가치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예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콘텐츠 파워는 더욱 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차 안에서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웹툰을 소비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에 집중하듯, 자율주행차라는 플랫폼 안에서 새로운 미디어 소비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총성없는 이 전쟁에 뛰어든 이유다.
국경·업종 넘나드는 ‘쩐의 전쟁’
연초부터 자본시장에선 콘텐츠의 ‘기본 재료’인 IP 확보를 위한 조 단위 ‘빅딜’이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종합 미디어기업인 이타카홀딩스(Ithaca Holdings)를 1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놀래켰다. 국내 엔터업 사상 최대 규모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단 IP를 확보하면 이후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IP를 확장할 수 있어 향후 콘텐츠 주도권을 쥘 수 있단 판단에서다.
올해 들어 네이버는 연초 북미 1위 웹툰 플랫폼인 왓패드 지분 100%를 6억달러(67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월엔 신생 웹툰·웹소설 제작사 에이투지에 400억원 투자, 3월엔 국내 웹툰 플랫폼인 태피툰에 334억원을 투자했다. 최근엔 OTT와 공중파 채널 등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최대 종합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에 1억5000만달러(1678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앞세워 IP 확장 투자 맞불을 놓았다. 카카오엔터는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예상 투자금액은 4000억원 규모로, 성사시 2016년 카카오가 1조9000억원으로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후 최대 규모 딜이다. 카카오엔터는 이미 작년 7월 래디쉬에 322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종합 콘텐츠 기업’을 노리는 게임회사들도 분주하다.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해 미국의 완구사, 일본의 여러엔터·게임 지주사등 글로벌 IP를 보유한 회사들에 총 15억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 엔씨소프트도 해외 IP확보를 위한 투자나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엿보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글로벌 투자심리도 쏠리고 있다. 나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투자자와 4억달러 규모의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를 협의하고 있다. 일본 웹툰 플랫폼 1위인 픽코마를 보유한 카카오재팬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최대 7500억원 투자 유치를 논의중이다. 카카오재팬 또한 내년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투심이 쏠리는 만큼 경쟁 무대도 글로벌하다. 지난해 왓패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초기에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인수를 검토했다. 마지막까지 스포티파이, 틱톡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네이버와 경쟁을 벌였다. 래디쉬도 대형 글로벌 VC가 카카오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하이브가 뛰어든 이타카홀딩스 인수전도 디즈니, 틱톡, 세계 최대 PEF 운용사인 블랙스톤 등이 경쟁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세계로 영역을 넓히려는 국내 기업들, 혹은 국내 기업이나 콘텐츠에 투자하려는 해외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며 “이젠 콘텐츠 시장이 아예 하나의 산업군이 되면서 크로스보더 M&A, 외부 투자유치 등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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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결국 웨이브와 티빙 1위 싸움
지금 콘텐츠 시장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OTT다. SK텔레콤, CJ ENM 등 OTT 플랫폼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은 대규모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OTT가 국내 상륙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플랫폼’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OTT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킬러 콘텐츠’가 필수다. 지금까지 국내 OTT사들은 콘텐츠 유통 통로 역할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주요 OTT들이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내세우면서 오리지널 제작 역량 없이는 플랫폼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웨이브 등 국내 OTT의 디즈니그룹 계열의 영화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 OTT들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1위인 넷플릭스는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5억달러(5600억원)를 투자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월트디즈니, 픽사, 마블, 20세기폭스, 내셔널지오그래픽, ESPN 등 전방위로 강력한 미디어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100년 동안 쌓아온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IP 보유 콘텐츠가 8000여편에 이른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 시작이 늦어지는 현실적인 이유도 모든 콘텐츠의 영상물 등급을 심사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전해진다.
국내사들은 ‘우리가 잘 하는’ 한국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독점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SKT는 지난달 웨이브(WAVVE)에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티빙(TVING)의 CJ ENM은 향후 3년간 4000억원 이상의 제작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OTT들이 보여준 성과가 미미하다보니 과연 어떤 식으로 성과를 증명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JTBC랑 손을 잡은 CJ ENM은 콘텐츠 전문 기업들인 만큼 기획력이 살아있다는 평이다. SKT와 지상파 방송사가 느슨하게 엮여있는 웨이브는 최대주주 SKT의 자본력이 본격 뒷받침할 전망이다. SKT는 웨이브의 외부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킬러 콘텐츠 한 개에만 수백억을 쏟아붓는 글로벌 OTT들과 국내 OTT들이 경쟁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다만 OTT 소비가 늘면서 여러 플랫폼을 구독하는 추세로 가고 있고, 국내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이 어떤 국내 OTT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결국 국내 1위가 SKT의 웨이브냐, CJ의 티빙이 되느냐의 싸움일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로 나선 KT도 그룹 미디어 컨트롤타워인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본격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맨파워와 시스템, 무엇보다 지배구조 문제까지 콘텐츠 사업을 하기 위해 KT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쿠팡플레이’는 ‘생활밀착형’으로 차별화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마존 모델을 따라 OTT도 쿠팡 멤버십 ‘록인(lock-in)효과’가 핵심이란 분석이다. 쿠팡도 올해 연간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OTT는 지난해부터 김범석 의장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라고도 전해진다. 지난해부터 업계 내 영향력 있는 콘텐츠 전문가들을 여럿 영입했고, 현재 첫 오리지널을 준비하고 있다.
“돈만 넣는다고 성공하는 사업 아니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콘텐츠 비즈니스 특성상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돈을 투자하는 만큼 성과를 내야하다보니 그에 따르는 리스크도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미디어·방송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에 단순 투자하는 것과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맨파워의 영향이 크고 돈만 있다고 되는 비즈니스도 아니고, 전통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안해본 기업들은 앞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조급하게 생산하다보니 그 질도 담보할 수 없다. 예로 역사왜곡 논란으로 최근 조기폐지된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방송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인 ‘킹덤’ 같은 새로운 사극 장르를 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2회 방영 만에 종영이라는 방송가 초유의 사건의 여파가 상당하다. JTBC의 ‘설강화’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시놉시스만으로 역사 왜곡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고, CJ ENM의 tvN은 ‘간 떨어지는 동거’가 중국 측의 투자를 받으면서 시청 거부 운동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IP 파워가 세지면서 주도권이 어디로 향할지도 문제다. 국내 콘텐츠 인력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글로벌 업체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디즈니플러스는 수익에 있어서 제작사의 불만이 없게 분배할 것이라고만 밝힌 바 있다.
국내 OTT들은 이에 대응해 ‘상생’을 내걸고 있다. KT는 콘텐츠 제작사의 IP를 대가로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작비 중 일부를 마진으로 주고 받아 온 업계의 일반적인 방식을 버리고 콘텐츠 수익과 더불어 IP 자산까지 제작사와 공유하겠다고 했다. SKT는 웨이브 론칭 초기부터 ‘토종 OTT’를 강조해왔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대기업 포함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대부분 예산을 얼마를 책정해야 하는지, 미디어 규제가 어떠한지, 제작사 혹은 감독·작가·배우와 계약은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글로벌 OTT들과는 어떻게 협상해야하는지 등등에 익숙하지 않다”며 “넷플릭스가 사내 변호사만 1000명을 두는 이유는 그만큼 이 시장이 쉽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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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