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나 금리, 최근 실적 모두 이마트가 높은 평가
롯데보다 신세계 행보 분주…이베이 M&A 영향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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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비슷한 시기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모두 발행 계획보다 훨씬 많은 투자 수요가 몰리며 선방했는데 투자업계의 평가는 같지 않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이커머스 확장과 사업 제휴에 분주했지만,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행보를 보였던 터라 평가가 상대적으로 박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자금 조달 역량 역시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계열사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이달 들어 동시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마트는 당초 3년물(2000억원)·5년물(1000억원)·7년물(1000억원) 등 4000억원, 롯데쇼핑은 3년·5년·10년물을 합해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두 회사 모두 1조원 언저리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이마트 수요예측엔 1조900억원, 롯데쇼핑엔 95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마트는 6000억원, 롯데쇼핑은 395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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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 모두 국내 유력 유통기업으로서 충분한 투자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실질을 따져보면 같은 성적표로 보기는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은 모두 AA인데 등급전망은 이마트가 안정적인 반면 롯데쇼핑은 부정적이다. 이는 회사채 발행금리 차이로 나타났다. 이달 초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이마트 3년(1.481%), 5년물(1.914%) 금리 대비 롯데쇼핑의 금리가 3년물 1.8%, 5년물 2.3% 수준으로 더 높았다.
작년 유통기업들은 팬데믹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 신용등급은 작년과 올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됐고, 롯데쇼핑은 그보다 이른 2019년에 신용등급 하향 조치가 이뤄졌다.
롯데쇼핑의 경우 한한령으로 중국 사업에서 큰 타격을 입었던 데다 국내 대형마트 사업에서도 손실을 냈다. 작년 매출만 해도 2016년의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반면 국내 사업에 집중했던 이마트는 매년 매출이 소폭이라도 증가세를 보였다. 차입 규모도 롯데쇼핑 쪽이 많다.
한 채권투자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엇비슷한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비슷한 시기에 회사채 발행에 나섰는데 시장 평가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사업이 부진했고 빚이 많은 롯데쇼핑에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야구단 SSG랜더스(전 SK와이번스)를 인수했고,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은 온라인 여성패션 플랫폼 W컨셉을 사들였다. 이마트와 신세계인터내셔날, 네이버 간의 주식교환을 통한 사업 제휴도 맺었다. SSG닷컴은 물류 센터 투자는 지지부진하지만 그럼에도 거래액(GMV)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재무여력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다.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늦었다. 롯데온의 경우 출범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내부 정리도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진을 겪던 롯데온은 얼마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나영호 대표를 영입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중고나라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투자 규모는 수백억원 규모에 그친다. 최근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신세계그룹에 비해 투자 규모가 작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모두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충분히 관심히 있다거나(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 회장),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뜻을 밝혔다.
최대 5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이베이코리아는 두 그룹 모두 인수하기 쉬운 대상은 아니다. 인수 시 단기적인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어쨌든 현재 상황만 보면 시장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신세계그룹 쪽이 자금 조달이 수월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 M&A의 영향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이마트 쪽의 상황이 나아 보인다”며 “롯데그룹의 여력이 많지 않지만 이베이코리아를 불협화음 없이 인수하고 몇 년간 잘 키우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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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