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4조원은 인수후보 및 FI들 에쿼티 자금 마련해야
성공해도, 실패해도 막대한 부담감…자칫 그룹 '명운'걸어야
'책임회피' 용도? 자문사 선정 총출동…SKT만 잠잠해 완주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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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이베이) 매각을 위한 실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딜에는 투자은행(IB), 회계법인, 로펌, 컨설팅펌이 총출동했다. 5조원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만큼 인수하는 회사는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로 대형 딜이기 때문이다. 인수를 하건 못하건 간에 핑계를 댈 대상도 필요한 것도 자문사들이 대거 고용된 이유로 거론된다.
13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 예비입찰 숏리스트에 들어간 인수후보들이 자문사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실사작업에 들어갔다. SKT를 제외하고 롯데는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신세계는 JP모건, MBK파트너스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주관은 모건스탠리가 맡고 있다.
비단 IB뿐만 아니라 회계법인, 로펌, 컨설팅펌까지 진용이 꾸려졌다. 회계법인과 로펌, 컨설팅펌은 그간 거래 관계가 있던 친분 있는 인수후보들에 줄을 섰다. 일례로 MBK파트너스 실사를 도맡아 했던 삼정KPMG는 이번에도 MBK파트너스의 실사업무를, 롯데는 삼일 회계법인이 실사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와 연이 깊은 베인앤컴퍼니는 신세계쪽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해외기업 자문을 도맡아 하는 김앤장은 일찌감치 이베이코리아 매각자문을 도와주고 있다.
다만 SKT가 아직까진 이렇다 할 자문사 선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인수의사를 접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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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의 대기업과 사모펀드들이 참여하다 보니 자문사들 선정도 일찌감치 진행됐고, 서로의 끈끈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단 평가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인수후보들이 IB까지 선정하면서 인수에 나서다 보니 자문사들에겐 큰 장이 섰다”라며 “자문사들도 이미 이야기한 곳들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거절하는 사례들도 꽤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문사 선정을 나서는 것은 비단 인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 위함만은 아니란 평가다. 오너가 직접 딜을 챙길 만큼 관심이 높은 사안이고, 인수대금도 5조원이 예상되다 보니 인수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명분은 갖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이베이 가치에 대한 논란이 있다 보니 쉽사리 무턱대고 인수하기에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베이의 가치는 5조원 정도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에서 사용하는 주가매출비율(PSR), 연간거래액(GMV)을 어떤 업체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는 천차만별로 벌어진다.
2019년 이베이와 유사한 GMV를 보인 쿠팡이 8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다만 파이낸싱을 담당하는 인수금융 업계에선 보수적인 시각으로 딜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받을 수 있는 론(loan)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이베이가 매출 및 영업이익이 나온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EV/EBITDA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면 기업가치는 2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인수금융을 담당하는 금융기관들로선 한해 600억원 이익이 나는 회사에 무턱대고 조단위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금융사들 사이에서 해줄 수 있는 인수금융 규모가 1조원 수준으로 전해진다”라며 “이를 감안하면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선 인수후보들은 4조원의 에쿼티(equity)를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룹의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의 딜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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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4일 07:00 게재]